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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증권범죄 어제와 오늘)④권력과 유착..먹튀에도 솜방망이

2013-06-10 11:21

조회수 : 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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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토마토DB)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증권범죄는 각종 권력형 비리와도 얽혀 있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부실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르기도 하지만 비자금 등 검은 돈 조성을 위해서도 심심치 않게 이용되어 왔다.
 
정관계 인사나 대기업 총수들도 주가를 조작해 증권시장을 뒤흔들며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 '먹튀'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그들이 얻은 만큼의 손해를 떠안은 개미투자자들이 황망하게 남겨져왔다.
 
그들 중 일부는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에 의해 적발돼 법정에 세워졌다. 그러나 상당수가 집행유예, 또는 실형을 받았더라도 사면 등으로 풀려났다.
 
최근 들어 증권범죄 등 자본시장 교란사범에 대한 엄단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법부도 과거에 비해 무거운 잣대를 적용하고 있지만 피해결과에 비해 처벌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과 친권력 인사들의 주요 증권범죄를 소개한다.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 주가조작
 
밀레니엄 시대를 바로 앞둔 1999년 12월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이 검찰에 전격 소환됐다. 주가조작으로 3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신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식용유 사업으로 기업을 키워 언론사의 사주로도 유명했다.
 
3년 전인 1996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230억원을 위탁관리해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주가 조작 외에도 조세피난처인 영국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6400만달러를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도 받았다.
 
신 회장은 결국 구속기소돼 법정에 섰으나 2002년 5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77억 9000만원이 확정되면서 풀려냈다.
 
신 회장은 4년 뒤인 2006년 1월 추징금을 완납했다.
 
◇현대증권 주가조작 사건
 
1999년 4월 금융감독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등 2개 법인과 현대그룹 관계자 2명을 증권거래법 위반(시세조정)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1998년 5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현대전자 주식을 고가 매수 주문을 이용해 매입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띄웠다.
 
이렇게 매입한 주식양은 현대중공업 주식의 시중 거래량 약 23%, 현대상선의 경우는 20% 수준에 이르렀고, 이를 위해 2100억여원이 동원됐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정상적인 투자"라고 맞섰으나, 검찰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을 주가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2003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10년전엔 분식회계·증권거래법 위반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2002년 3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 CNC가 소유한 SK 주식을 자신 소유의 워커힐 주식과 맞교환해 95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공정거래법 출자총액제한규정에 따라 최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NC가 25%를 초과해 가지고 있는 SK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이를 피하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SK CNC는 이사회 결의 없이 SK 보유 주식 646만여주를 1주당 2만400원으로 평가해 최 회장 소유의 워커힐 주식 325만여주(1주당 4만495원)와 맞교환했다.
 
최 회장은 SK글로벌의 재무제표를 분식해 2002년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당기순손실을 1226억여원 만큼 축소하고, 이익잉여금도 1조5587억여원을 부풀려 허위 공시하게 지시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최 회장은 이밖에 배임과 횡령 혐의도 함께 받아 2003년 6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2005년 6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당시 2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합의6부(재판장 김용균)는 최 회장이 SK CNC에 대한 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된 것을 인정했으나 "재산적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배임 혐의는 무죄로 봤다.
 
또 "피고인이 재산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범행의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판단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이 형이 확정됐으나 최 회장은 2008년 8월 곽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수백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2012년 1월 다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현재 항소심 공판을 받고 있다.
 
◇17대 대선 정국을 달군 'BBK 주가조작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김경준씨는 BBK투자자문의 대표로 있으면서 2000년 펀드 운용 자금 515억여원을 유용해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명의로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뉴비젼벤처캐피탈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옵셔널벤처스코리아가 매수한 주식 등을 높은 가격에 되팔고자 차명계좌 38개를 이용해 통정·가장 매매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조종했다.
 
김씨는 미국 국무장관 명의의 법인 설립 인가서까지 위조해 마치 미국계 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시하는 수법을 썼다.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는 2000년 12월5일 2350원에서 2001년 2월1일 8130원으로 3배 이상 뛰었고, 시세조종이 끝날 무렵인 2001년 11월말 2700원대로 폭락했다.
 
미국에서 국내로 송환돼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씨는 이외에 횡령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8년 4월 1심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150억원을, 2009년 2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100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김씨의 시세조종행위와 허위사실 유포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되, 미국에서 3년5개월 남짓 구금생활을 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이밖에 김씨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투자자문의 소유주"라는 허위 주장을 유포한 혐의(종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다시 기소돼 2008년 7월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아 현재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對국민 다이아몬드 사기극, CNK 주가조작 사건
 
검찰은 지난 2월 허위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띄워 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 등으로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대사와 CNK임직원 2명, CNK 카메룬 현지법인의 기업가치를 허위 과대평가한 회계사 2명 등 5명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12월17일 외교부가 발표한 'CNK가 매장량이 최소 4억2천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였다.
 
정부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의 사업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 CNK 주가는 치솟았으나, 사실 추정 매장량은 객관적 탐사결과에서 나온 게 아니라 CNK 측이 추정한 수치에 불과했다.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정점을 찍을 때 CNK 임직원들이 주식을 처분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김 전 대사가 외교부 내부의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보도자료 배포를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대사는 미리 CNK 주식을 사들인 뒤 외통부 명의로 카메룬에 다이아몬드 4.2억 캐럿이 매장돼 있고 카메룬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2차례 배포해 900억원 가량 주가를 부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김 전 대사는 2차 보도자료 배포를 반대하는 당시 외통부 국제경제국장에게 결재를 강요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장량과 보도자료 배포과정에 대해 위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변호사인 임모씨(56)가 CNK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90억원 상당을 개인 이익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기소된 임 변호사는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김 전 대사와 함께 이 사건의 주범인 오덕균 CNK 대표가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 김 전 대사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가조작으로 거둔 명성으로 정치 입문..정국교 전 의원
 
정국교 전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에이치앤티(H&T)가 추진하는 우즈베키스탄 규사광산 개발사업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워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기소됐다.
 
정 전 의원의 허위 공시로 2007년 3월 무렵 1주당 4000원을 밑돌던 H&T 주가를 같은해 10월9일 종가기준으로 8만1000원까지 올라 20배 이상 뛰었다.
 
그는 무렵 자신이 가진 지분을 처분해 약 4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2008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50억원, 2009년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50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2009년 7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익을 추징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2009년 11월 서울고법은 정 전 의원에게 징역 2년6월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6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박홍우)는 "피고인의 허위사실 유포 및 허위표시 문서 이용 행위라는 사기적 부정거래행위가 H&T의 주가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피고인이 추진한 사업이 무산되며 주가가 폭락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어 죄질이 아주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2010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앞서 정 전 의원은 재산 신고를 누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1심과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밖에도 정 전 의원은 소액주주에 대한 손해배상을 피하고자 H&T ENG의 주식 1만2000여주를 실물로 인출해 은닉한 혐의로 다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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