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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금융위기 공포에 인도 펀드·국채 투자자 '울상'

2013-08-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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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인도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인도가 지난 1991년 이후 22년만에 외환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대두된 것.
 
이 때문에 인도의 자국통화인 루피화와 주가 그리고 채권 가격마저 폭락하면서 인도 관련 금융상품의 수익률에 비상등이 켜졌다.
 
◇인도펀드, 최근 3개월 평균수익률 -19.69%..루피화 추락
 
21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인도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수익률(기준일 8월20일)은 -19.69%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국가별 펀드 가운데선 브라질펀드(-20.74%)에 이어 2번째로 부진한 성과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가 -4.3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IBK인디아인프라증권A[주식]의 최근 3개월 평균수익률이 -31.19%로 가장 낮았다. 그 뒤를 KB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22.80%), 우리인디아익스플로러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lass C 1(-20.14%),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I(-19.09%), 이스트스프링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UH)[주식]클래스C-F(-19.03%), JP모간인디아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A(-17.86%), 피델리티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A(-17.62%) 등이 이었다.
 
인도펀드가 이처럼 부진한 성과를 나타낸 것은 자국 통화인 루피화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지난 2010년 11월 달러당 43루피였던 환율은 현재 64루피 선까지 치솟았다. 지난 19일 전 거래일보다 2% 넘게 상승한 63.13루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루피·달러 환율은 전일 장중에도 64.12루피까지 추락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했던 인도였지만,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전년동기대비 4.8%에 그쳐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데다 해외 자금 유출마저 가속화되면서 루피화의 추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증시는 최근 3개월간 11.7%나 급락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둔화와 통화가치 하락 요인이 맞물리면서 인도의 금융위기 설이 나오고 있다"며 "외화부채에 대한 우려로 외화유동성이 버텨줄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성장률 자체도 하락 등 여러 복합 요인으로 인도펀드의 성과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공포에 경제성장률 둔화와 재정수지 악화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루피화와 인도증시가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며 "다른 국가들보다 해외 자본이 큰 점도 인도펀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인도국채 투자자 10% 이상 손실..인도 10년 만기 국채금리 9.49%
 
지난 20일 인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25% 급등한 9.49%를 기록하며 1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도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상당한 매물이 출회돼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
 
이에 인도 중앙은행은 국채금리 급등 완화를 위해 장기국채 800억루피 규모를 매입하는 공개시장조작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국채는 가격 하락(금리 상승) 외에도 환손실 위험에도 노출돼 있어 인도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경우엔 1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 루피화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환율 관점에서 보면 인도 정부가 환율을 안정시킬만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지 않아 환율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인도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 현재 10% 넘게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환율 약세로 추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펀드·인도국채, 투자 매력도 없다"
 
전문가들은 인도 관련 금융상품에 대해 투자 매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도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인도 관련 금융상품에 당장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인도펀드의 경우엔 향후 매력도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인도 경제의 펀더멘털이 없는데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은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 연구원도 "인도펀드에 지금 투자하기엔 우려되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며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 인도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엔 손실을 감당할 수 있고, 다른 투자처가 있으면 과감히 환매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엔 저점 매수할 수 있는 구간까지 기다렸다가 저점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국채에 대해선 일정 부분 환매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인도의 불안한 국면이 외환시장을 통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되기 때문.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진 지속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루피아 환율 상승,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해외투자자금의 이탈 등이 예상된다"며 "국채금리 상승추세는 재정과 경상적자 우려 진정, 국제자본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오늘 인도 정부의 완화적 통화 정책이 나왔지만, 이는 환율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국채에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엔 일부 환매하고, 시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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