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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이라크 신도시 활성화가 관건..한화도 '부담'

실권자 마흐디 전 부통령, 유령도시 전락 우려

2013-12-19 20:10

조회수 : 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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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한화건설이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의 일환으로 수주한 비스마야 신도시가 자칫 '유령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라크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신도시가 조성되면 공무원 등이 우선 이주 예정이지만 수도 바그다드에 비해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구 유입에 더딜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우려는 차기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히는 아델 압둘 마흐디 하산 전 이라크 부통령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이라크 정부로서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마흐디 전 이라크 부통령과 한화건설 최고경영진은 19일 오전 8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비공개로 조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마흐디 전 부통령과 할릴 알-모사위 대사 등 이라크 정계 고위 인사들을 비롯해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전병철 상무보 등이 참석했다. 
 
김현중 부회장은 마흐디 전 부통령 일행과의 조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이라크 측에서 우리에게 신도시를 위해 열심히 건설하고 있다며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또 마흐디 전 부통령은 한화의 건설 속도와 기술력에 놀라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델 압둘 마흐디 하산 전 이라크 부통령과 한화건설 관계자들은 19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사진=뉴스토마토)
  
격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흐디 전 부통령은 비스마야가 유령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 한화 측을 당혹케 했다. 그는 "비스마야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아무리 좋게 짓는다 해도 사람들이 안 가면 어떻게 하나 싶다"고 말했다. 비스마야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약 25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바그다드에 직장과 집 뿐 아니라 대학과 병원 등 모든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신도시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마흐디 전 부통령은 "아무리 신도시가 훌륭하다고 해도 사람들을 유치하지 못하면 텅 빈 도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한화그룹은 전방위적으로 이라크 재건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지는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한화건설을 전후 재건사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이는 곧 결과로 이어졌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5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공사를 수주했다. 총 80억달러 규모로, 단독 프로젝트로는 해외진출 역사상 사상 최대다. 또 한화케미칼(009830)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이라크 진출을 추진하는 등 한화그룹은 대내외 경기침체의 대안을 이라크에서 찾고 있다.    
  
한화건설은 신도시 수주로 2007년 1%에 불과했던 해외부문 매출을 33%까지 크게 늘렸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10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추가수주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일단 이날 만남에서 추가수주에 대한 논의는 오가지 않았다고 양측은 입을 모았다.
 
다만 마흐디 전 부통령은 "(김 회장의 공백이)이라크 재건사업 추가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한화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체 조감도(사진=한화건설)
   
이라크는 한화 뿐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 5월 할릴 알-모사위 이라크 대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포럼에 참석해 기업인들에게 300조원 규모의 국가재건 관련 건설·인프라·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한국기업의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마흐디 전 부통령은 "여러 기업들과 많은 거래를 하기 원한다"며 "한국 기업들은 진보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라크와 비슷한 상황(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정세다. 국내 기업들은 이라크 재건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선뜻 한화처럼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전후 내전으로까지 이어졌던 불안한 정국이 최대 걱정거리. 테러로 인한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 수를 집계하는 시민단체 '이라크 보드 카운트'에 따르면 올해만 희생자가 8200명에 달한다.
 
이라크의 폭력사태는 지난 2007년 정점을 이룬 뒤 잦아들다가 2011년 12월 미군 철수를 계기로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각종 테러가 발생, 또 다시 격정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에 대해 마흐디 전 부통령은 "좋은 정책들로 기업들이 느끼는 리스크를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에 와서 만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한화건설 등 모든 기업들이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면서도 "모두 좋은 기업들이기 때문에 어느 기업의 투자가 유력한 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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