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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떠나는 게 상책"…쪽방상담소 고충

2024-07-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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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틀 동안 서울 5대 쪽방촌 중 한 곳인 A쪽방촌에서 쪽방상담소 일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봉사활동 겸 취재라는 점을 밝힌 상태였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여러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상담소 1층에 비치된 매뉴얼이 보였습니다.
 
매뉴얼에는 상담소를 이용하는 이용자(쪽방촌 거주자)들이 지켜야 할 점이 나와있었습니다. 이용자끼리 다투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상담소 이용이 1개월이나 3개월 제한되고, 반복할 경우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소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실제로는 이 규정을 제대로 적용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상담소 문턱을 높이면 쪽방촌 거주자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상담소 직원들은 쪽방촌 거주자를 상대하는 걸 많이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술 먹고 와서 욕을 하거나 "죽여버릴 거야. 칼로 담가버릴 거야. 찔러버릴 거야"라고 하거나 물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합니다. 쪽방촌 거주자가 쪽방 안에서 사망한 모습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기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여기에 매번 주민들을 만나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 상담소는 2년 동안 직원이 거의 3분의2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서울시 등이 직원들을 상담하는 체계를 갖춰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방법은 없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물어봤지만 관계자 말은 "직원들은 '상담소를 떠나야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떠나지 않으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상황을 계속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일전에 취재차 서울역 동자동 쪽방살이를 했을 때 광경이 떠오릅니다. 술을 마신 쪽방촌 거주자 1명이 다른 거주자와 말다툼을 하고, 둘 중에 누군가가 경찰인지 어디인지 신고까지 했었습니다.
 
그리고 A 상담소에 있을 때도 비슷한 광경을 봤습니다. 한 쪽방촌 거주자가 다른 쪽방촌 거주자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시비 걸면서 지나갔는데요. 주변 사람들은 "또 저러네"하면서 낄낄댔습니다. 그 정도는 웃어넘길 정도로 가볍다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A 상담소의 관계자는 직원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건 둘째치고 정신적인 힘든 것이 조명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직원이 일할 만한 환경이 돼야 쪽방촌 거주자도 더 좋은 복지를 받을 텐데 말입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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