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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지배구조대해부)④LG 4세경영 수면아래..실적 골칫거리

2014-01-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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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LG그룹의 화두는 경영권 승계와 실적 개선으로 압축된다.
 
그룹 분할 과정에서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터라 지배구조의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유교적 가풍 탓에 경영권을 놓고 일체의 잡음도 일지 않았다. 총수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우면서, 경제민주화를 대하는 LG그룹의 행보도 구속적이지 않다. 다만 후계구도에 대한 밑그림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짙어졌다.
 
그룹의 간판인 LG전자의 실적 추락은 눈앞에 닥친 당면과제로 꼽힌다. 경쟁자였던 삼성전자는 분기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찍는 등 라이벌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제때 대응치 못하면서 과거의 영예는 추억이 됐다. 그룹 전체로 비화되는 2등주의도 씻어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연일 '시장선도'를 외치며 독한 경영을 주문하고 나선 직접적 이유다. 자칫 추격에 소홀할 경우 만년 2등은 고사하고 군소주자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가 최근 부쩍 위기를 강조하며 경영 고삐를 죄는 데는 주적이 외부가 아닌 내부의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진 문화라는 인식에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지난해 말 예상을 뒤엎는 인사 카드를 빼들었다. TV부문을 담당하는 권희원 HE사업본부장을 전격 경질하고,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UHD TV에 이어 OLED TV까지 경쟁사 삼성전자를 앞지르며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추락한 영업이익률에 대한 단죄를 물었다. 동시에 MC사업본부에 힘을 실으면서 수익에 대한 갈증을 전면에 드러냈다.
 
경영승계 관점에서 보면 유교적 문화가 지배하면서 장자 승계 방침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인 ㈜LG를 소유하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가 가능해진다. 다만 구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LG전자 부장이 1978년생으로 나이가 어려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까지는 상당기간의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잠시 그룹 경영을 맡는 징검다리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LG전자, 수익 악화에 '휘청'..간판 위상 회복 특명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이 지난해 말 작성한 '2014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에 따르면, LG그룹은 크게 ▲전자 ▲화학 ▲통신 ▲IT·기타 등 4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주축인 전자부문이 그룹 매출과 자산의 60%를 상회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화학과 통신부문은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낮아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사진=뉴스토마토)
 
그룹 간판인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시장 지위와 실적이 급격히 추락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이는 동안 LG전자는 부진을 이어가며 '맞수'로서의 위상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연결기준으로 2010년 1조3000억원에 달하던 순이익이 2011년에는 4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급기야 휴대폰 사업부문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퇴진하고, 구본준 부회장이 선임되며 '오너체제'로 전환했다.
 
2011년 3분기 이후 실적 개선세를 보이면서 2012년에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며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기대감도 잠시, 고수익을 담보하던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에 접어들면서 야심차게 추진한 G시리즈도 예상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추락한 인지도는 끌어올렸으나 시장의 수요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G2 출시에도 7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고 판매단가는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분기 4.1%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분기 들어 1.9%, 3분기에는 -2.6%로 꼬꾸라졌다.
 
여기에다 HE사업본부의 실적 하락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초고화질의 UHD TV와 꿈의 TV로 불리는 OLED TV를 내놓으며 시장 선도 타이틀 획득에는 성공했지만 실적은 그에 상응하지 못했다. 5%를 넘나들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0.5%, 2분기 1.9%로 바닥을 헤맸다. 3분기 2.5%로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4분기 다시 하락 반전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권희원 사장의 경질 이유다.
 
LG전자는 미래성장 동력의 하나로 자동차부품 사업을 맡을 VC사업본부를 지난해 7월 신설했다. 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각 계열사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동차 부품사업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4에 구본준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전시관에 이어 자동차 전시장을 들른 것도 이 같은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행보다.
 
LG그룹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태양전지와 조명(LED·OLED), 전지(전기차배터리), 총합공조(공기조절관리시스템)를 선정했다. 태양전지는 LG화학·LG전자가, 조명은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가, 총합공조분야는 LG전자가, 전지는 LG화학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양호한 시장 지위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등급 역시 과거 수년간 하락세를 벗어나 상승 기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LG유플러스는 안정적인 사업 역량과 수익성 강화에 따라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현금 창출력 회복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전망으로 긍정적 전망을 받았다. LG이노텍(A+)도 지난해 10월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개선됐다. 
 
반면 LG전자는 2012년 9월 S&P가 실적 악화 추세를 반영해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그러나 지난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전망이 바뀌면서 올해 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AA+)을 보유한 LG화학은 유화경기 침체로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회귀했다.
 
한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LG실트론과 희성전자의 IPO는 모두 중단됐다. 실적 악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원인이다. 동양증권은 "LG실트론은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고 핵심사업인 반도체 웨이퍼와 LED용 잉곳·웨이퍼 등 신성장 동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실적 회복세가 확인되는 올 하반기 이후 다시 IPO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희성전자는 주력사업인 백라이트유닛 업황 하락으로 2012년 적자를 기록하며 상장이 보류됐다. 빠른 실적 개선은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빠른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구본능 회장이 희성전자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양증권은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부장이 구본능 회장의 장남임을 감안할 때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후 ㈜LG지분을 확대해 구본무 부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 내년 70세..4세 경영 윤곽 드러난다
 
LG는 LGCI와 LGEI와의 합병을 통해 지난 2003년 3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다른 회사의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 등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 확보, 지배구조 개선, 외자유치 원활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주회사인 ㈜LG를 통해 그룹 계열사들을 합법적으로 지배하다 보니 순환출자 금지 등 경제민주화 논란에서도 비켜나 있다. 실제 LG그룹은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없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지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LG그룹에는 여느 그룹보다 많은 형제들이 있다. 그럼에도 재산 싸움이나 경영권 소송 등 '잡음'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계열분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저에는 굳건하게 자리잡은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LG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마디로 돈을 놓고 형제 간 싸움을 벌이는 것은 용납치 못한다는 게 LG가의 가풍이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은 형제가 5명, 자녀만 6남4녀를 뒀다.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일선 경영을 맡고 있던 시절에는 모두 그룹 내에 함께 있다가 1995년 3대 구본무 회장 취임 후 시차를 두고 계열 분리를 통해 떨어져 나갔다. 2000년 이후 LS·LIG·LG패션 등 가족 간 계열분리에 나선 LG그룹은 2005년 1월, 57년 동안 창업 동지 관계를 유지해 온 허씨 가문과 분리해 LG그룹과 GS 그룹으로 갈라선다.
 
계열분리 이후 현재 LG그룹은 구본무 회장과 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아들이 없다. 딸만 둘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 구광모 부장을 양자로 입적했다. 대를 잇기 위한 조치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조카를 양자로 입양한 이유가 LG그룹이 '구인회 창업주-구자경 명예회장-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지는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 총수에 오를 이는 구광모 부장이다.
 
장자 승계 외에 나름 원칙으로 통용되는 전례가 있다.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이 지난 1969년 62세로 별세하면서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 후 25년간 2세경영 체제를 이끌어오다 구 명예회장이 만 70세가 되던 1995년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LG그룹의 승계 기점이 70세로 인식되는 이유다.
 
구본무 회장이 만 70세가 되는 해가 바로 내년이다. 관행대로라면 구광모 부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4세경영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기조는 전혀 없다. LG그룹을 맡기에는 그의 역량도, 나이도 아직은 한계로 지적된다.
 
◇(왼쪽부터)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부장(사진=LG그룹 및 LG전자)
 
구광모 부장이 1978년생으로 아직 경영 일선을 책임지기에는 부족한 만큼 수장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LG그룹 안팎의 기류다. 또 서둘러 무리해서 올리기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경영수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2005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2007년 과장으로 승진한 뒤 2년간 미국 스탠퍼드에서 MBA 과정을 밟은 후 2009년 8월 LG전자 과장으로 복직했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하다 2년 만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구광모 부장은 지주사인 ㈜LG 지분을 차근차근 늘리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2.75%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 4.78%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현재 구광모 부장은 ㈜LG의 개인주주 중 네 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구광모 부장보다 더 많은 ㈜LG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는 구본무 회장(10.91%)과 구본준 부회장(7.72%), 구본능 회장(5.13%)이 유일하다. 
   
구본무 회장에서 구광모 부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된다 해도 경영권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LG가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유플러스, LG CNS, LG화학을 30% 이상씩의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가져온 경영권의 안정화 효과다.
 
경영권 승계에 있어 또 하나의 변수는 구본준 부회장이다. 구본무 회장이 만 70세가 되는 내년 경영권 이양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경우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라는 징검다리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구 회장은 평소 "은퇴해서 새나 원없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조류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다만 LG그룹 측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 구광모 부장이 성장하기까지 경영권을 지킬 것이란 해석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반대로 구본준 부회장이 아직까지 형인 구본무 회장을 먼발치서라도 보면 절에 가까운 인사를 할 정도로 어려워하고 있어 징검다리를 맡기더라도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 결국 내년이 되면 후계구도에 대한 전체적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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