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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분석)푸틴, 반격 채비..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감

러시아, 2만 병력 우크라 동부에 배치..전면전 위기 '확대'

2014-08-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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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에 군병력을 대거 증강해 지정학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동부 반군을 몰아내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그들을 지원하는 러시아군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우크라이나에 드리운 전운의 그림자는 동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급기야는 유로존과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이 불거졌다.
 
◇러시아, 2만 병력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전면전 위기감 '최고조'
 
5일(현지시간)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가 8000명의 군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더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동부 쪽을 감시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통신)
나토 관계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선 인근에 기존에 있던 1만2000명의 군병력에 8000명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보다 두 배가량 군사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나토에 따르면 구소련 시절 때 활약한 엘리트 특수부대 스페츠나츠와 무장 여단, 대포와 대공미사일을 운용하는 러시아 부대가 동부 국경에서 50km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은 반군이 장악한 동부지역에서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군사 행동에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가 크림반도처럼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러시아가 지난 4일부터 아스트라한에서 공군과 미사일 방어 부대가 참여하는 군사훈련에 돌입했다는 소식 또한 이러한 긴장감에 불을 지폈다.
 
지난 3월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접수하기 직전에 이번 훈련과 비슷한 군사 훈련을 단행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안보부 관계자는 "도네츠크주에 대규모 공격이 들어올 수 있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자 이웃국들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동유럽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 서방 제재에 반격 '개시'..시베리아 영공 통과 '금지'
 
러시아는 군사력을 우크라이나에 증강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에 맞불을 놓기로 했다.
 
타스 통신사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준비하라고 정부 관료들에게 지시했다.
(사진=로이터통신)
 
푸틴은 "경제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제재에 대항할 몇 가지 보복조치를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사진)는 서방의 제재로 자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교통 당국과 항공사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따른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EU의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아시아로 향하는 유럽 항공기가 시베리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게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시베리아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가는 유럽 항공기의 경로는 바뀔 수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시베리아 항로 이동이 금지되면 루프트한자, 영국항공, 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들은 향후 3개월간 10억유로(1조3811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할 것으로 본다. 우회로를 거치면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러시아는 미국 기업인 맥도날드를 상대로 위생검열을 진행하고 유럽의 과일 수입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는 등 서방의 제재에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러시아 의회는 최근 미국의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와 KPMG, 언스트앤영(E&Y) 등이 러시아 땅에서 활동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 초고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크라 둘러싼 다툼 지속될 것"..유로존 디플레 우려 '재부각'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알력다툼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따른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사진=로이터통신)
푸틴(사진)은 중앙과 동유럽 일대를 포섭해 구소련 연방의 영광을 재연하고 유럽과 서방에 대항하는 경제·정치 공동체를 구현하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동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규모도 큰 우크라이나가 서방 쪽으로 기울게 되면 푸틴의 꿈이 무산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단일국가 형태의 '유라시아연합(EAU)'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더 리미트 오브 파트너십(The Limits of Partnership)을 쓴 앙겔라 스텐트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러시아 지도부는 서방의 적이 되거나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란 경고가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자, 유럽연합(EU)과 세계 금융시장이 앞으로 혼돈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이 불거졌다.
 
이런 불안감을 입증하듯 이날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7% 하락한 1920.21을 기록했다. CNBC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S&P 500 지수가 1900대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위기설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고용과 소비지출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디다스, 루푸트한자, 지멘스, 등 크고 작은 독일 기업들이 모스크바에서 활동하고 있다.
 
CNBC는 이날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강했다는 소식에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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