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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김창근 SK 의장 "최태원 회장 공백 실감"

'따로 또 같이 3.0' 출범 2년차.."개혁 마인드로 변화 대처해야"

2014-11-1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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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 첫 번째)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행복김치 담그기’ 행사에서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사진=SK그룹)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투자와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시기에 거대한 투자를 결정하거나, 사업의 본질을 바꾸거나, 혹은 게임의 룰을 바꾸는 일은 온전히 오너의 몫"이라는 말 끝에다.
 
최 회장의 장기 공백을 절감하는 말로, 이를 보완키 위해 출범시킨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한계에 대한 토로이기도 했다. 김 의장은 12일 서울 방이동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SK 행복나눔 김장행사'에 참석해 출범 2년 차를 맞은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평가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기존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총수 개인의 판단에서 집단의사결정으로 그룹 운영 체제를 뜯어 고쳤지만 최 회장의 공백은 여전히 메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으로도 보였다.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룹의 양대 축이던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성장'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새로 편입한 SK하이닉스의 고군분투가 그나마 위로다. 누구도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도 없었다. 그저 최 회장이 돌아올 때까지 현상유지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도 독려를 잊지 않았다. 그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수펙스추구협의회 및 6개 위원회에서 역할을 나눠맡으면서 그룹 전체의 일을 논의하는 것은 제법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EO들이 오랜 경험과 역량, 리더십을 갖춰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무리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 체제로 최 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김 의장의 판단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 사례를 언급하며 "낸드플래시와 시스템IC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한 방향 설정에서 오너가 큰 틀의 의사결정을 하고, 전문경영인들이 보조적인 역할을 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산업계는 오너가 의사결정을 하고, CEO가 그 빈칸을 잘 메꿔왔던 절묘한 앙상블로 성장한 게 특징인데, 그 부분에서 한 축을 상실한 게 우리로서는 매우 걱정된다"면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노력해도 메워지는 부분이 아닌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총수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문화는 관성이 됐다. 변화의 SK지만 예외는 아니었다.
 
김 의장은 SK그룹의 내년 경영방침인 '전략적 혁신'에 담긴 의미도 부연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2014 CEO세미나'를 열고 안정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혁신을 내년 경영 화두로 정했다.
 
김 의장은 전략적 혁신에 대해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할 때 융합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지속 성장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극단적인 개혁 마인드가 없으면 자칫 슬로우 데스(Slow Death·천천히 사라지는 것)가 되기 쉽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발언은 최태윈 회장의 취임 일성을 환기시키며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향후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읽힌다.
 
최 회장은 1998년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SK(현 SK에너지)를 맡으면서 "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라는 화두를 던졌다. 내수 사업에 기반한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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