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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메모리 '저물고' 비메모리 '뜬다'…SK하이닉스의 짙어지는 ‘고민’

주력 메모리 '이중고'에 실적 급락…중화권 추격에 비메로리 기술력은 지지부진

2016-06-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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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메모리 반도체 강자 SK하이닉스(000660)의 고민이 깊다. 반도체 시장에서 주력인 메모리(기억장치)의 수요는 부진한 반면 시스템반도체(연산·제어장치)와 전력 반도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비메모리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였던 스마트폰과 PC 등의 성장세는 이미 한풀 꺾였다. 대신 IT 업계가 새 먹거리로 삼으며 사활을 걸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카 등에서의 비메모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주력 메모리, 수요부진·가격하락 ‘이중고’
 
SK하이닉스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시장은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PC 시장 규모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현실은 치명적이다. PC는 스마트폰의 등장에 출하량이 지속 하락하고 있고, 스마트폰도 선진시장에 이어 중국마저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다. 자연히 주요 부품인 메모리의 수요도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매출의 대부분이 D램에서 나오다보니 시장 수요와 가격이 회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5% 급락한 5620억원에 그쳤다.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은 14% 떨어졌고, 낸드플래시 역시 모바일용 제품 수요 둔화로 출하량은 11%, 평균판매가격은 12% 하락했다.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의 추격도 무섭다. 중국은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은 미국의 레티스와 영국 반도체 제조사 이미지네이션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잇달아 사들였다.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분야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3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의 메모리 설계 기술력은 이미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파운드리도 대만의 모델을 따라가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 먹거리로 ‘비메모리’ 비상…SK하이닉스 ‘답답’
 
이처럼 메모리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향후 반도체 시장 먹거리는 시스템 반도체·전력 반도체·CMOS 이미지 센서(CIS)·AP 등 비메모리 분야에 몰려있다. 메모리 분야에 회사의 기술력이 집중된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특히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기기 등 각종 사물들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분야는 비메모리 분야의 큰 수요처다. 최도연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IoT 초기 시장에서 메모리보다 비메모리의 수요 증가 폭이 훨씬 클 것”이라며 “IoT 기기에 메모리 탑재 용량이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게는 1메가바이트(MB)부터, 많게는 2기가바이트(GB)의 D램이 탑재될 IoT 기기의 수요가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전세계 D램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4GB~8GB의 D램을 탑재한 PC는 전세계에서 연간 3억대 가량 출하되고, 2GB~4GB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5억대에 육박한다.
 
차량 제조 기술과 IT의 집합체라 불리는 스마트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주요 기능이 제어와 센싱등이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비메모리가 대부분이다.
 
비메모리 시장의 성장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005930)에게도 고민거리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오랜 투자로 결실을 보고 있다.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갤럭시S7에 탑재했고, CIS분야에서도 소니에 이어 세계 2위다. 게다가 소니는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CIS와 디스플레이 구동용 칩 일부를 생산하는 파운드리가 전부다. CIS 점유율도 세계 시장에서 미미하다. 이 교수는 “SK하이닉스가 CIS를 생산하고 있지만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며 “비메모리 경쟁력을 더 키우려면 엄청난 시설투자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아직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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