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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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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조식의 가치는 가구당 5천만원?

조식서비스, 아파트 차별화 요소로 확산

2024-07-03 06:00

조회수 : 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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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조식서비스를 예고한 데 이어 입주 6년차 헬리오시티까지 중식과 석식서비스 도입을 결정하면서 아파트단지들의 식사 제공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식서비스가 아파트의 프리미엄 요소로 인식돼 “가구당 500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반면 아침식사가 필요 없는 이들에겐 관리비만 높이는 부담 요인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조식서비스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브라이튼 여의도의 조·중식 서비스. (사진=신영)
 
프리미엄 아파트라면 ‘조식’…늦었지만 우리도
 
지난달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중식과 석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2018년 말에 입주를 시작한 6년차 아파트가 뒤늦게 식사 제공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입주민들의 요구가 있었겠지만, 곧 헬리오시티를 제치고 국내 최대 단지가 될 올림픽파크포레온과의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둔춘주공아파트 재건축 분양을 앞두고 헬리오시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조식서비스를 도입하자는 안건이 발의됐고 일단 조식을 제외한 중식, 석식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처럼 아파트들이 뒤늦게라도 조식 등 식사 제공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이것이 아파트의 가치를 차별화하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조식서비스’로 검색을 해보면 요즘 공급하는 아파트단지들이 유독 조식서비스를 앞세워 홍보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거 골프연습장이나 수영장, 카페테리아, 세대창고 등을 차별화 요소로 앞세우던 건설사들이 몇 년 전부터 조식서비스, 컨시어지서비스, 스카이라운지 등으로 프리미엄 요소를 레벨업한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트리마제성수, 반포리체, 반포아크로리버파크 등 일찌감치 조식서비스를 제공하던 희소성 있는 단지들이 주목받는 차원을 넘어,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브라이튼여의도 등 주요 지역에서 분양한 후발주자들도 대부분 조식서비스를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또 최근에 입주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등 새 아파트들은 아예 조·중·석식 세 끼를 모두 제공하는 등 서비스의 질과 양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젠 서울 강남 등이 아닌 곳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들도 웬만하면 프리미엄급 단지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조식서비스를 넣으려고 합니다. 지난달 인천 서구 왕길역 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 아파트도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한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경기 용인, 오산, 충북 청주, 대구 등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에도 조식서비스를 강조한 곳이 있습니다. 
 
구축들도 동참했습니다. 입주한 지 오래된 아파트가 조식서비스 등을 도입한 것은 헬리오시티만이 아닙니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센터피스의 경우 2019년에 입주한 지 2년만인 2021년 3월부터 조식서비스에 동참했습니다. 케이터링 형태이지만 조리한 집밥과 크게 다르지 않고 강남지역 아파트들에 비해 가격대도 낮아 주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헬리오시티 중·석식 서비스 시범서비스 현장. 헬리오시티는 3일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식사 시 지불하는 비용 외에 별도의 관리비 청구는 없다. (사진=준푸드앤컬쳐)
 

헬리오시티 입주자대표회의와 중·석식서비스 계약을 맺은 준푸드앤컬쳐는 케이터링 방식의 서비스이지만 집밥 같은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길음래미안센터피스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준푸드앤컬쳐)
 
조식 슬쩍 뺐다가 논란
 
이렇게 필요에 따라 조식과 중식, 석식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식사를 커뮤니티에서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주민들에겐 관리비 인상 요소인 식사 제공 서비스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식서비스는 이용하는 주민들이 매 끼니마다 1만원 안팎의 값을 치르지만, 기본 운영을 위해 월 2만~3만원 정도가 전체 세대의 관리비에 청구됩니다. 이 때문에 작은 단지들은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부담이 매우 크고 가구당 관리비를 낮출 수 있는 대단지들이나 시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럼에도 관리비보다 조식서비스로 인해 아파트 시세가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로의 의견이 맞서다 보니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한 달 전쯤 부동산 앱 호갱노노의 아파트 인기 순위에 철산자이더헤리티지가 등장한 일이 있습니다. 분양한지 1년6개월된 단지에 갑자기 이목이 쏠린 것은 조식서비스를 두고 게시판에서 벌어진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를 재건축 분양한 단지로, 시공사 수주전 당시 GS건설은 조합원들에게 아워홈과 연계하는 조식라운지(자이안 레스토랑)가 포함한 초기 도면을 제공했습니다. 이것이 일부 수분양자들에게도 공유됐습니다. 조합원들과 수분양자들은 당연히 조식서비스를 하는 줄 알았다가 최근 변경된 도면에서 해당 공간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에 수분양자들과 일부 조합원들은 광명시 유일의 조식서비스 제공 아파트로 몸값 높일 기회를 없앴다며 항의했고 조합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맞섰습니다. GS건설 측은 수주 제안서에 포함했다가 나중에 조합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합은 입주민들이 원할 경우 입주 후 구성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조리가 필요 없는 케이터링 서비스에 한합니다. 직접 조리를 하는 서비스는 화구와 배수시설이 필수인데, 완공 후 주민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재공사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 수분양자는 “조식서비스를 하는 단지는 주변 아파트보다 시세가 5000만원은 더 높다”며 “월 2만~3만원 관리비를 더 내도 훨씬 이익”이라고 말합니다. 2011년 입주한 구축 반포리체 아파트가 2018년 뒤늦게 조식서비스를 도입한 후 시세가 뛴 것을 보면 그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다만 모든 아파트가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증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현재 조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들의 시세가 주변 단지들과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이 아닌데다, 차이 난다고 해도 입지 등 다른 조건을 포함한 영향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처럼 조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들이 계속 늘어날 경우 조식서비스는 더 이상 프리미엄 요소로 인식되지 못해 시세에 반영되는 영향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은 조식서비스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장점인 것은 분명해 조식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중식과 석식으로 확대하려는 아파트는 계속 나오겠지만 그에 따른 갈등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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