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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현대상선, '위기'의 한진해운

"주인만 바뀌는 구조조정으로 그쳐서는 안돼"

2016-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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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올 상반기 국내 양대선사의 존립을 좌우할 구조조정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결국 현대상선이 먼저 웃었다. 
 
지난 3월 자율협약을 체결한 현대상선(011200)은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며 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춰 정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보다 늦게 자율협약에 돌입한 한진해운(117930)은 당장의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의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3월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했던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채무재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고 채권단의 출자전환까지 마쳤다. 현대상선은 지난 25일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면서 40여년만에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가게 됐다. 동시에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한 중견그룹이 되고 말았다. 현대그룹이라는 모체를 잃는대신 회사 자체는 살아나게됐다. 이 과정에서 현정은 전 현대상선 회장이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5307.3%에서 200% 수준으로 떨어지게 돼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면서 정부의 선박펀드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부채비율 200%대의 우량 해운사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약정 체결에 따른 채권단의 체계적인 관리로 안정적인 영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위권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가입에 난항을 겪던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동맹인 2M에 가입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놀라면서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을 지켜본 세계 최대해운동맹인 2M측에서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수 합병으로 덩치를 늘려온 머스크가 향후 현대상선을 인수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최근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머스크는 "현대상선을 인수할 의사는 없다"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현대상선 인수를 통해 아시아-유럽노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며 머스크가 진화에 나섰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그 대상이 머스크가 되지 않겠냐"고 추측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암울하기만 하다. 채권단은 그룹차원의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한진그룹 측은 이에 맞서고 있다. 채권단은 내년까지 한진해운 경영에 필요한 1조원 가량의 부족분 중에서 7000억원 가량을 요구했지만 한진해운은 4000억원 이상의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자체적인 자금확보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한진해운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상선보다 상대적으로 뒤늦은 지난 5월 자율협약이 개시된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똑같은 조건 이행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율협약이 시작된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내년부터 발효되는 새로운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가입 소식을 알리면서 시작은 좋았다. 디얼라이언스는 독일의 하팍로이드의 주도아래 일본의 NYK, MOL, K-LINE 등이 결성한 새로운 해운동맹이다. 이후 터미널과 상표권, 벌크선 등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9개국 22개 선주사들의 합의를 얻어내야하는 용선료 협상도 애를 먹고 있다. 당초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대상자들과 그 구성이 상이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특히 시스팬(Seaspan)의 CEO인 게리왕이 "조양호 회장이 지원에 나서야한다"고 해외언론에 밝히는 등 용선료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한진해운을 견제하고 있다. 한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자율협약 개시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보유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피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조사에 착수해 도덕적 논란도 일었다.
 
다만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조건을 이행해, 현대상선과 함께 재기를 노린다 해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흑자를 낼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율의 숫자만 떨어지고 주인만 바뀌는 것으로 구조조정이 끝나면 안된다"며 "경제 성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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