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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윤

SK이노베이션, 임금 물가연동제 첫 도입

'최태원 효과' 본격화…이윤 대신 노사 상생과 사회적가치 창출

2017-09-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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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SK이노베이션 노사가 국내 기업 최초로 임금인상률을 소비자물가에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또 기본금 1%는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데 노사가 뜻을 모았다. '최태원 효과'다.
 
SK이노베이션은 10일 직원들의 매년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골자로 한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 교섭(이하 임단협) 잠정 합의안은 8일 늦은 밤 조합원들의 75.6% 찬성률로 가결됐다.
 
임금인상률이 물가에 연동되는 국내 기업의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로써 매년 관행처럼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렸던 교섭 방식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소모적이고 관행적이었던 임단협을 없애고, 상호 신뢰에 기반해 노사 갈등의 부작용을 해소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상생 협력 기조에도 동참한다. 노사는 기본금 1%를 사회적 상생 기부금 조성에 사용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전 구성원은 지난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1인 1후원 계좌' 기부를 해왔다. 노사는 이를 제도화해 구성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회사가 기부액만큼 기부금을 적립하기로 했다. 제도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기부금은 SK이노베이션 협력업체 구성원의 복지 향상과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10일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임금을 물가에 연동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서린동 SK빌딩 본사에서 열린 2017년 임단협 상견례 모습이다.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양수 SK에너지 울산CLX 총괄 부사장,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노사는 임금체계 변경에도 합의했다. 노동자의 역량과 생산성 향상도, 생애 주기별 자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차별 상승폭을 조절하는 'SK식 임금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에 앞장서고, 사회 양극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변화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SK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이윤창출' 문구를 과감히 없애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내용으로 대신했다. 최 회장은 '딥 체인지 2.0'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임금체계와 사회적 상생이라는 의미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을 만들어 냄으로써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딥 체인지 2.0 성공에 필요한 기틀 마련과 더불어 30조원의 기업가치를 넘어 50조원, 100조원 시대를 여는 추진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7년 임단협 조인식은 오는 12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진행된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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