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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서원 등재' 성과 속 공공외교의 미래

2019-07-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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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김하중 전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 2003년 10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을 돌며 한국을 알리는 '한국우호주간행사'를 진행했다. 중국과 실질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서는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성 정부와 교류협력 확대가 필수이며, 우호협력 관계를 굳건히 하기 위해 양국 국민 상호교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전 대사는 책 '김하중의 중국이야기'에서 "무역투자상담회와 문화행사, 학술세미나 등을 병행 개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 각 지방의 관계가 확대됨은 물론 주중대사관이 한류(韓流)의 선봉에 설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공공외교는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민간과 협력해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통해 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을 말한다. 민주주의 확산과 SNS 이용 확대, 세계화 속 외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한국에 대한 지지여론을 확보하는 공공외교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얼마 전까지 중앙부처와 지자체, 민간이 상호 조율없이 진행하다 보니 관련 사업이 유사·중복 혹은 누락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난 2016년 공공외교법을 제정·시행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17년 제1차 대한민국 공공외교 기본계획도 수립했다. 오는 2021년까지 공공외교 방향을 정하고 세부 목표와 중점 추진과제, 사업계획, 민관 협업방안, 과제별 소관부처 등을 담았다. 공공외교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주요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공공외교위원회와 분야별 실무위원회를 두고 각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도 열리고 있다. 이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만드는 시행계획은 모든 부처가 공유한다.
 
숨막히는 외교현안이 연일 몰아치는 속에 지난 6일 공공외교 관련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조선시대 교육기관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경북 영주 소수서원과 경북 안동 도산서원 등 9개 서원이 대상이다. 지난 2015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유네스코 측의 반려 의견에 따라 재신청을 거쳐 이뤄낸 성과였다. 준비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자체, 9개 서원 등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우리나라는 서원 외에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14개소의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내년에는 서남해안 갯벌 4곳의 세계유산 등재가 기대되는 중이다.
 
약간의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예산 규모부터 비교가 안된다. 외교부의 지난해 공공외교 예산은 210억원이었다. 공공외교 수행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관련 예산도 450억원 수준이다. 최근 몇 년 간 재정당국과 국회가 공공외교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늘어난 액수가 이정도다. 반면 미국 국무부가 투입하는 연간 공공외교 예산은 한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의 관련 예산도 연 7000억원이며 KF의 모델이 된 일본국제교류기금(JF)도 연 1000억원 이상을 배정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JF와 사사카와 재단은 자본의 힘을 빌어 대미 공공외교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홍석인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장은 "지금이 공공외교에 관심을 쏟아야 할 좋은 타이밍"이라고 지적한다. K-POP이 전세계에서 하나의 신드롬이 되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인식되는 중이다. 이 때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세계인들이 한국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른 나라와의 보다 나은 소통, 보다 나은 이해'로 요약되는,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공공외교 목표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킬지가 과제로 보인다. 공공외교를 통해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 지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계량화하기 어렵고, 성과가 단시간에 나지 않는다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지금 대한민국 앞에는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들이 산적하다. 
 
사족(蛇足) 하나. 어쨌거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부실하거나 방만한 예산운영을 용인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디든지 한 사람의 실수는 그 조직과 사업에 큰 후폭풍을 가져온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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