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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미중협상 다시 '안갯속', 원달러 상승 압박

전주 종가 대비 6.0원 오른 1194.0원…전문가들 "1190원 안팎"

2019-09-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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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지난주 1180원대로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미중 간 긴장감 재점화로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의 '스몰딜(작은 합의 혹은 중간 단계 합의)'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재촉했으나 주말새 양국의 기류가 바뀌며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중 협상의 불확실성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190원 안팎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3.3원에 거래를 출발해 1194.0원에 장을 마감했다. 18일 종가 기준 1188.0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6.0원 오른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초 1183.1원의 종가를 찍으며 8월1일(1188.5원) 이후 1개월만에 1180원대를 되찾았다. 무엇보다도 다음달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유럽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고, 중국도 경기부양을 위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0.05%포인트 인하를 결정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단계적 합의를 위한 '스몰딜' 카드 대신 '빅딜'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우리 농산물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매우 큰 규모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가 원하는 것은 빅딜로, 나는 중국과 '부분적 합의'가 아닌 '완전한 합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꼭 내년 대선 전까지 중국과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무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중국 대표단이 농장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것도 금융시장에선 적신호로 받아들였다.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고위급 협상의 핵심 의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농가 방문 일정이 양국의 합의에 긍정적인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 바 있다. 일정 취소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한쥔 중국 농업농총부 부부장은 "여러 상황에 따라 농장 방문을 최종 취소했으나 이것이 무역협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의 불협화음이 다시 떠오른 영향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스몰딜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저버리기 힘들고,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의 발언들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라 달러화의 방향성을 쉽게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24일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연설하며, 25일에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와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또 26일에는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도 연설을 갖는다. 
 
민경원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을 언급한 상황에서 중국이 얼마나 더 유화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하는 불안심리가 시장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앞서의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의 과도한 요구로 합의가 막판 결렬된 바 있다. 이런 학습효과 탓에 시장도 위험선호로 치우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200원까지 트라이할 수 있다고 보지만,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경계감이 확대되고 중국이 무역협상 우려에 대한 확대해석을 일축한 만큼 제한적인 상승 시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190원대 내외의 박스권을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주 발표되는 미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이라면 달러 약세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음달 초 미중 무역협상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지겠지만,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상충되면서 1180원대 후반에서 1190원대 초반까지의 작은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편 내달 10~11일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스몰딜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그 수위에 따라 환율의 향방이 또 한 번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몰딜에 대한 기대감이 금융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향후 관심은 스몰딜의 (구체적인) 내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거론된 스몰딜 안건으로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화웨이 제재 완화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 대한 관세 30% 인상 연기 등이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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