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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법정 들어서는 문 대통령에게”

2020-07-21 06:00

조회수 : 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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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들어서는 문 대통령에게 신발 던진 50대 남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지난 19일 오후 1시41분께 인터넷 포털 정치 섹션에 올라왔다. 제목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는데, 어떤 남성이 신발을 던진 것’처럼 보인다. 이 무슨 해괴 망칙한 제목인가. 
 
해당 기사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데 기습적으로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며 위해를 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던 50대 남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해당 기사는 제목에서 ‘법정 들어서는 문 대통령’이라고 표현을 하며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헤드라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아마도 한 번이라도 더 높은 클릭을 유도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너무도 치열해진 언론환경에서 해당 언론사나 기자가 만들어낸 고육지책은 아니었을까. 
 
필자는 대한변협 대변인을 4년에 걸쳐 하면서 많은 기자들을 만났었다. 당시 만난 기자들은 취재의 어려움과 내·외부의 압박 등 현실적인 문제로 딜레마에 빠져 매우 힘들어 보였음에도 예의바르고 착하고 정말 일에 대한 열정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처한 현실이 안쓰러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추구하는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에 감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들의 취재 방식과 보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내가 보기에도 진실을 교묘히 왜곡하고 일부러 잘못된 방향으로 독자를 이끄는 듯 한 기사들이 상당히 많아져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간단하다. 여기저기서 너무도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헤어 나올 수 없으리만큼 많은 정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클릭 수에 민감한 언론사들은 어떻게든 '빠르게', '강하게'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후 관계를 따져 확인을 하고 꼼꼼히 공들여 기사를 썼다가는 이미 게임이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단은 신속하게 기사를 써야 하고 불량품은 나중에 걸러내면 그만인 식이다.  
 
그러나 이번 채널 A의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을 보면서 우리들은 그런 잘못된 '무한 경쟁의 루프'가 어떤 최후를 맞게 될 것인지 너무도 분명히 깨닫게 됐다. 해당 기자의 발언이 실린 녹취록에는 '유시민 이사장을 엮어야 된다'거나, 한동훈 검사장이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검사장과의 엄청난 친분을 내세워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과시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비록 해당 기자는 억울하다며 항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쓰고, 취재원을 협박하는 것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취재를 하다 보니 절박해서 그랬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주장은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의 발언 녹취록을 들으면서 그가 과거에 썼던 단독이나 훌륭한 기사들 역시 믿지 못하게 됐고, 그가 쏟아내었던 검찰발 단독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동안 해당 검사장이나 그 주변인들로부터 정보를 받아 그들의 앵무새 노릇을 한 것은 아닌지 잠깐씩 궁금해 하고 있을 것 같다.
 
<언론사 여러분께 정중히 묻습니다>
 
"여러분은 작년 하반기 이후 버닝썬 사건을 보도할 때 윤OO 총경과 찍은 사진 한 장을 부각하면서 마치 제가 버닝썬 사건의 배후인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경쟁적으로 기승전 조국 기사를 퍼부으면서 조국 사냥을 전개했습니다. ~~ 이후 검찰 수사로도 저와 버닝썬 사건의 무관함이 확인되었지만, 이를 반영하는 기사는 왜 쥐꼬리만큼만 내보내는 것인가요?" 
 
<언론에 묻습니다> 
 
"나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어 법정구속된 우OO 기자 판결 소식을 보도하면서 왜 피해자인 나의 사진을 올리는가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요 며칠 페이스 북에 쓴 글이다. 하지만 그가 쓴 글을 보도하거나, 잘못했다며 과거 기사를 정정하는 기자는 보지 못했다. 이는 지금 대한민국 언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취재 방식과 기사 보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유명하거나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엮이게 되면, 그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무조건 관련 기사에는 그의 이름이나 사진 등이 먼저 나오게 돼 있는 것이다. 또한,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 시점에서는 해당 인물이 그 범죄를 저질렀을 것을 전제로 기사를 작성되게 된다. 다른 매체에서 같이 연대해주기라도 하면 정말 땡큐인 상황이다. 어차피 문제가 되더라도 나 혼자 독박 쓰는 일은 없을뿐더러,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방패 밑에 숨으면 되기 때문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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