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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세영

[IB토마토]오뚜기, 가격 인상에도…성장성에 의구심 키우는 이유

오뚜기 지난해 영업이익 전년 대비 16% 감소

2022-02-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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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2년 02월 16일 18: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오뚜기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오뚜기(007310)가 수년 만에 저가 전략에서 선회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원재료 값이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어느 정도 수익성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 이면에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식품 시장 내에서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가격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 위주 매출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16일 오뚜기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2조7390억원, 영업이익은 1666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에는 원가 상승 여파가 컸다. 2020년 코로나 확산에 따라 식품업계가 수혜를 입어 역기저 부담이 생긴 데다, 원재료비나 물류비 등이 지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오뚜기가 공급받는 단위당 원재료 가격을 살펴보면 대두유는 1톤당 1262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52달러 대비 67.8% 올랐다. 같은 기간 팜유는 504달러에서 1028달러로 가격이 104% 폭증했다. 이는 환율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에서 실질 가격 부담은 더욱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오뚜기가 꺼내든 카드는 ‘가격인상’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상반기 냉동피자와 케첩 등 일부 상품군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8월부터는 주요 라면의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하는 결단을 내렸다. 라면은 오뚜기의 매출 비중에서 약 26~3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군이다. 특히 이번 오뚜기의 가격 정책은 농심부터 삼양식품 등 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 라면 4개사 중 가장 높은 인상률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오뚜기는 그동안 가격을 활용해 점유율을 올리는 방향성을 추구해왔다. 업계 경쟁사들 대비 다소 낮은 가격의 가성비 상품을 내세워 사세를 확장해온 것이다. 실제 지난해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도 14년 만의 행보였다. 오뚜기는 가격 인상을 통해 한 단계 업황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뚜기의 경쟁력 확대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거세다.
 
오뚜기 성장 동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제품 경쟁력과 채널별 매출 한계에 있다. 제품 경쟁력 한계는 매출의 30% 수준을 차지하는 라면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AC 닐슨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의 라면 점유율은 2019년 27.6%에서 지난해 3분기 9월에는 24.1%까지 떨어졌다.
 
신규 먹거리로 밀고 있는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 부문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오뚜기는 식품업계 선도적으로 3분 카레라는 스테디셀러 메뉴를 선보이는 등 가정간편식 1세대 사업자로 불린다. 다만 냉동식품을 포함한 HMR 부문에서 1위 제일제당과 압도적인 격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 점유율은 약 45~50%다. 햇반과 비비고 등을 등에 업고 굳건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오뚜기는 그 절반인 25% 수준으로 추산된다. 설상가상 업계 원조인 3분류 제품군 매출 점유율도 2019년 92.7%에서 지난해 81.4%로 떨어지는 등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오뚜기 베트남 박닌공장. 출처/오뚜기
 
매출 구조 다변화도 과제다. 바로 내수 위주 기업이라는 한계점이다. 일반적으로 해외사업은 국내 시장보다 가격 민감도가 낮고 프리미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은 부문으로 꼽힌다. 오뚜기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전체 매출에서 해외수익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8.9%에서 2020년 9.3%로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농심은 6730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해외법인 매출(라면·스낵·기타부문 포함)은 1904억원으로 매출 비중에서 28.3%를 차지했다. 2020년 25.6%에 비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층 더 높아진 것이다.  농심의 주력상품인 신라면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6900억원 중 절반 이상인 3700억원이 해외에서 나왔을 정도다. 삼양식품 역시 해외 매출 비중이 약 60%에 육박할 만큼 해외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오뚜기는 글로벌향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도 문제로 거론된다. 오뚜기는 연결 및 관계기업을 통해 제품 제조업을 영위한다. 연결 회사로 오뚜기냉동식품,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오뚜기에스에프, 물류업을 전개하는 오뚜기물류서비스, 포장재 회사 풍림피앤피 등을 다양하게 거느린다. 그중에서도 라면은 ‘오뚜기라면’이라는 기업을 통해 공급받는데, 오뚜기가 라면을 직접 생산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이익을 고스란히 흡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오뚜기라면은 냉동식품 등의 자회사들과는 다르게 연결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이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오뚜기라면은 오뚜기라면지주의 100% 종속기업이다. 오뚜기가 갖는 오뚜기라면지주 지분은 37.7%에 그쳐 연결 실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지분에 따른 지분법 이익을 수취한다.
 
오뚜기의 특수관계자와의 주요 거래내역에 따르면 오뚜기라면은 오뚜기로부터 매출의 99% 이상을 창출한다. 오뚜기라면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4.2%, 2020년 4.4%로 영업이익은 오로지 오뚜기와 거래에서만 이루어진 이익이다. 제조에서 중간단계를 거치다 보니 제조업체(오뚜기라면)가 출고가격을 인상할 시 유통업체인 오뚜기가 판매가격 상승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라면 판매를 오뚜기가 전담하는 만큼, 가격 인상분이 반영돼 수익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실적과 관련해서는 “종합식품 회사다 보니 다양한 제품의 수출 방향을 같이 고민한다"면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 수출 물량도 계속 늘어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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