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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세영

[IB토마토]안정택한 현대백화점…생존전략 통할까

2022 정기인사에서 헤드급 사장단 큰 변화 없어

2021-12-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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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2월 23일 16: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 본사 사옥. 출처/현대백화점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유통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현대백화점(069960)(069960)그룹은 경쟁사의 시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마이웨이'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 인사에서는 변화 대신 안정을 택했고, 온라인 사업 측면에서도 이커머스 전쟁 대열에 참전하기보다는 자사 전문몰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개별몰은 거래액 확대와 그룹 차원의 통합적 시너지가 다소 부족한 만큼, 현대백화점이 이러한 약점을 뚫고 온라인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와 롯데그룹은 2022년 정기인사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며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우선 롯데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유능한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혁신에 도전했다. 기존 강희태  롯데쇼핑(023530) 부회장(유통 BU장)이 물러남과 동시에 유통 총괄대표 부회장에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를 앉혔다. 김 대표는 P&G를 비롯해 홈플러스, 홍콩계 글로벌 유통회사 DFI를 거친 유통전문 경영인이다.
 
호텔부문도 쇄신이 이루어졌다. 기존 호텔 BU장 이봉철 사장이 물러나고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신임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대표에 올랐다. 안 대표는 모건스탠리PE에 재직하면서 놀부 대표이사로 지휘봉을 잡고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쌓은 인물이다. 이에 더해 롯데는 쇼핑부문 신임백화점 사업부 대표에 경쟁사 신세계출신인 정준호 롯데GRF대표를, 롯데컬처웍스 대표에는 최병환 전 CGV 대표를 영입하는 등 전통적 순혈주의를 깨고 혁신에 나섰다.
 
신세계(004170)도 4개 조직에 대거 변화 물결이 일었다. 신세계 대표이사에는 손영식 전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내정됐다. 기존 신세계 차정호 대표는 백화점 대표로 이동해 위드코로나 사업을 총괄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길한 코스메틱부문 대표가 패션부문까지 함께 담당하며 총괄대표에 올랐고, 신세계까사는 외부에서 이커머스 전문가를 영입해 대표 자리에 앉히는 등 적재적소에 인재를 재배치했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 쇄신 대신 안정적 경영을 택하며 신세계나 롯데와 대비를 보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큰 축으로 꼽히는 백화점과 현대홈쇼핑(057050)은 각각 김형종, 임대규 대표가 유임했고, 박홍진 현대그린푸드(005440) 대표도 2015년부터 장기간 맡아온 대표직 자리를 지키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을 한섬(020000) 해외패션부문 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헤드급에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계열사 행보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지나치게 원만함을 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사업 부진 등의 이유로 영업이익률이 2018년 4.22%→2019년 2.88%→지난해 2.43%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동종업계 CJ프레시웨이(051500)와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수장 교체 후 사업 구조조정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현대그린푸드도 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오픈한 백화점 '더현대서울' 전경. 사진/변세영 기자
 
현대백화점의 다소 관망적 태도는 올 한해 온라인 사업 관련 인수·합병(M&A)과 투자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0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조902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7%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2조2254억원으로 28.6% 뛰어오르는 등 소비의 패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롯데는 지난해 쇼핑부문 온라인몰을 융합하는 롯데온을 출범하며 3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 이에 더해 올해는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사모펀드운용사)와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200억원 실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온라인 리셀시장이 커지는 트렌드를 고려해 롯데는 향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지분을 사 올 콜옵션 권리까지 보유한다.
 
신세계 역시 그룹 차원에서 SSG닷컴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올해에는 화룡점정 ‘이베이코리아’에 3조4400억원을 베팅하며 이커머스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은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은 7조6000억원, SSG닷컴은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이들은 각각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4.5%, 2.4% 수준의 입지를 갖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온과 SSG닷컴은 모두 통합몰 성격으로 오픈마켓 특징을 띠는 게 특징이다. 통합몰은 취급 품목 수를 앞세워 고객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고 결제나 배송 등과 관련 시너지가 가능해 온라인 경쟁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몰 더현대닷컴, 현대홈쇼핑 Hmall, 한섬은 한섬몰 등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며 전문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다만 오픈마켓은 개별몰 보다 거래액과 취급 품목 수 측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하고,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의 온라인 경쟁력이 라이벌과 비교해 다소 부족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온라인에 투자할 자금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대백화점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공정가치 금융자산 포함)은 1조1568억원으로 매년 3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창출 현금 규모를 고려하면 총알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지난해 말 72%, 22.6%로 낮다는 점에서 투자 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온라인 시대를 위한 투자에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커머스 통합몰의 할인을 중심으로 한 트래픽 경쟁보다는, (우리는) 실질적인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라면서 “올해 ‘한섬’의 경우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0%를 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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