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임지윤

dlawldbs20@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숫자야, 좀 친해지자

2024-07-24 13:16

조회수 : 3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숫자야, 안녕. 너랑 좀 친해지고 싶어 글을 쓰게 됐어. 넌 나를 알지 모르겠지만 난 너를 꽤 오래 알았는데 늘 가까우면서도 먼 느낌이었거든.
 
난 <뉴스토마토> 정책금융 임시조직(TF) 팀에서 일하고 있는 임지윤 기자라고 해. 2021년 금융부 기자로 첫 발을 뗀 뒤 너와 참 많이 마주쳤다. 대출금리부터 시작해 억 소리 나는 부동산 매매가까지 넌 얼굴을 안 비추는 곳이 없었어.
 
얼마 전 주말 너랑 친해지고 싶어 '재무제표 읽는 남자'로 유명한 이승환 공인회계사 강의를 들으러 갔어. 오후까지 늦잠 실컷 자고 싶었는데 쉽게 접할 수 없는 강의라 눈 비비고 일어났다. 내 목적은 오로지 하나, 너였어. 강의 제목이 '숫자로 기사 쓰기'였거든.
 
나도 마찬가지지만, 기자들 대부분 문과를 나와 숫자와는 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거야. 그래서 그런지 너랑 친해지고 싶은 기자가 많더라. 내가 경제부나 금융부만 아니었어도 너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어쩌면 우리가 만난 건 운명 아닐까?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취재나 글쓰기에는 흥미를 느끼지만 숫자는 별로 관심이 없어. 그런데 수많은 너의 이름을 잘못 썼다가 기사가 엉망이 될 수 있어서 늘 두려워. 왜냐하면 너는 '사실' 그 자체거든.
 
어떤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고 그게 문장이 되면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 하지만 너를 다르게 볼 여지는 많지 않은 것 같아. 간혹 기자들이 실수로 수치를 틀리게 기입하거나 통계 오류를 범할 때는 있지만, '1+1=2'에 태클 거는 사람은 없으니까.
 
숫자야. 이승환 회계사님이 그러더라. 기업은 자기들이 나타내고 싶은 대로 공시한다고. 당기순이익부터 매출, 부채 등 기자가 제대로 보지 않으면 부풀려진 채 투자자를 현혹할 수 있대. 너한테 관심 많고 너를 쥐고 흔들고 싶은 사람이 참 많은가 봐.
 
이제 챗GPT가 기사 쓰는 시대가 됐어. 인공지능(AI)이 기자를 대체한다는 얘기도 많아. 난 너랑 친해져야 해. 이해도 높은 차별화된 경제 기사를 쓰고,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목표야. 수천억이 오고 가는 정책금융기관도 내가 너를 통해 들여다봐야 할 구석이 많아. 날 좀 도와주면 안 되냐.
 
사실 뭐, 너는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에 내가 더 다가가야겠지. 어쩌면 주저리주저리 내 독백으로 그칠 수 있는 말을 너에게 하는 거지만, 그냥 고백하고 싶었어. 난 너랑 가까워지고 싶다. 숫자야. 좀 친해지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니케이 지수와 코스피가 표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 임지윤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