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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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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켐생명과학, 증시 급락에 유동성 확충 ‘빨간불’…대규모 실권주 우려

주가급락에 유증 규모 반토막에 사업계획 수정 불가피

2022-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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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낮아진 유증 가격으로 자금 조달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20%의 높은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기준가를 크게 밑돌면서 실권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낮은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율로 향후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 이슈가 부각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 구주주 청약에 돌입한다. 1주당 모집가격은 3만1800원으로 총 1685억원을 조달한다. 최초 유증 공시 시점에 목표했던 3016억원에 비해선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금조달 금액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회사의 사업계획도 대폭 수정됐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캐딜라(Zydus Cadila)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ZyCoV-D)의 제조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백신 기준이전 로열티 지급과 생산시설 신축, 마케팅 비용 등으로 1191억원을 활용하고, 나머지 1825억원을 백신 제조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금조달 규모 감소로 백신 제조 금액은 기존의 4분의 1수준인 494억원으로 급감했다. 회사 측은 추후 운영자금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회사의 영업 흐름은 부진한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2018년 코스닥시장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8년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19년 164억원, 2020년 1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55억원으로 매출액(165억원) 대비 영업손실률이 94.3%에 달한다.
 
엔지캠생명과학이 유증 발행가액을 대폭 낮췄지만, 유증 흥행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기준주가 대비 20%의 높은 할인율을 제공했지만, 주가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현주가와 발행가의 차이가 크지 않게 됐다. 이날 종가 기준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는 3만2450원으로 발행가(3만1800원) 대비 2.04% 저렴한 수준이다. 현주가가 신주 발행일까지 유지되더라도 엔지켐생명과학의 신주인수권 가격을 생각하면 유증 참여가 손해가 될 수 있다. 신주인수권 거래 기간 엔지켐생명과학의 신주인수권은 4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유증 발행가에 신주인수권 가격을 더할 경우 3만5800원 수준으로 현 주가보다 10.36% 비싼 셈이다.
 
이번 유증의 신주 발행물량은 530만주로 발행주식총수(833만1345주) 대비 60.85%에 달하는 만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번 유증으로 발행되는 주식은 전량 보호예수되지 않아 상장 후 즉시 물량 출회가 가능하다. 특히 실권주가 늘어날 경우 대표주관사의 대량매도가 나올 수 있다.
 
엔지켐생명과학 유증은 실권주 발생시 대표주관사가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는 잔액인수 방식이다. 실권주 발생시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일반 청약자들보다 10% 낮은 가격에 실권주를 인수할 수 있어 조기에 인수물량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유증에도 저조한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율로 지배력도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인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와 손기영 대표는 이번 유증에서 배정된 물량의 약 10%만 참여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발행된 신주인수권의 90%를 모두 장외매도로 팔아치웠다. 현재 최대주주와 손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11.5%, 6.9%이다. 이번 유증이 종료된 이후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현재 11.5%에서 7.5%까지 감소하게 되며, 손 대표는 4.5%로 줄어들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락으로 유증 참여 메리트가 많이 줄었다"라며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심해진 만큼 청약 참여율이 생각보다 저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 자금조달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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