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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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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취미

2024-10-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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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취미 생활을 가져보고 싶어서인데요. 회사에서 팀을 꾸려 하는 풋살 외에는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에는 흥미가 없고, 연예인이나 배우에도 딱히 관심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소위 말해 '덕질'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연예인부터 시작해서 역사덕후, 영화덕후, 음악덕후 등등… 덕후들로 둘러싸였지만 정작 저는 무언가에 몰두해본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순수하게 이유없이 좋아하는 일이 무얼까, 나는 그런 끌림이 왜 없을까는 20대를 관통하며 저를 따라다닌 질문입니다. 10대때는 나름 어떤 소설에 푹 빠져 며칠만에 몇 권을 읽어치우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이 재미있어 방학 내내 정주행을 하기도 했고요.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러 드라마 촬영장에 출석도장을 찍은 적도 있어요.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좋아하는' 일은 후순위로 미루고 '해야 하는' 일을 해서였을까요? 이젠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의미없는 일, 그러니까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깝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취미부자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너는 이것저것 좋아하는 일이 많은데, 그게 왜 좋아? 왜 하고 싶어? 라고 물으니 "조금 더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하게 된다"고 답하더라고요.
 
저에겐 그런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피아노가 떠올랐습니다.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요. 집에도 피아노가 있어 종종 쳤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멀어졌습니다. 집에 오면 저녁이고 이웃집에 시끄러우니까요. 사실 수능이 끝나고도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집에 피아노가 있어 돈이 아까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어요. 이제는 이런 저런 걸 재고 따지다간 아무 것도 못하겠다 싶어 집앞 성인 피아노 전문 학원에 등록부터 해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악보를 읽고 피아노를 치려니까 쉬운 악보인데도 버벅이게 되더라고요. 어릴 때는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는데, 타건법부터 페달 밟는 법까지 배우고 신경쓰다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덕질'하고 싶은 대상도 찾게 될까요? 언젠가는 쇼팽의 흑건을 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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