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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내 손 안의 괴물

2024-10-0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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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녹취 시대입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그 안에 장착된 녹음 기능에 대한 폐해와 효과가 요즘 들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습니다. 특히 설정을 통해 선택 가능한 '모든 통화 녹음' 기능이 무섭습니다. 
 
최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건과 관련해 제보자로 알려진 이른바 E씨가 2년 여간의 명태균씨와 통화 녹음한 것을 바탕으로 그간의 내용을 다시 훑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물론 공익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면 필요한 일일 테지만,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인물 몇과 통화 속에서 특정 사실을 추출해 내는데 이만한 재료도 없을 겁니다.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통화 중 녹음이 되고 있으면 전화의 '감'이 다르다'며 통화 중 녹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눕니다. 또한 중요한 논의는 반드시 '핸드폰 없이', '얼굴 보고', '만나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대화의 재료가 어떠한 용도로 쓰일지 모르니 미리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무심코 나눴던 대화가 나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스마트폰이 '괴물' 같다고 느끼는 것은 저뿐일까요? 스마트폰이 친한 사람의 전화번호 조차 외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것은 맞지만 그 편리함이 곧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조심할 일입니다. 행여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화를 지양해야겠습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거의 24시간 내내 손 안에 괴물을 쥐고 있으니까요.
 
지난 3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30만원대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A15 LTE'.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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