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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대한민국 인구 위기? 청년들은 삶 자체가 위기인데 아기 낳겠나

노동가능 인구 저하 우려에 다급한 정부, 청년층에 경제적 지원 중심 정책

2023-02-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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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정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청년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혼 적령기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주된 요구는 ‘아기를 낳아라’는 것입니다. 
 
정부의 논리는 기가 막힙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노동 가능한 인구가 줄어들어 나라의 생산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기를 낳으라고 요구합니다. 언뜻 맞는 말이지만, 참 차갑습니다. 개개인을 출산하는 기계 쯤으로 치부하나, 라는 의구심마저 들도록 하는 비정함이 느껴집니다.
 
차가운 시선에서 사안을 파악해서 일까요, 대책도 단순하고 차갑습니다. 정부의 대책은 아기를 낳으면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경제적 지원은 유용한 정책입니다. 부모급여, 아동수당 등 저임금의 굴레에서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니까요. 특히나 고물가 시대인 지금은 더욱 유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만’ 존재한다면 정부의 해법이 단순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단순한 사고방식인 동시에, 청년들이 왜 아기를 낳지 않는지를 그 근본적인 삶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니까요. 
 
청년 입장에서, 청년들은 왜 아기를 낳지 않을까요. 정부는 인구 위기라는데, 청년들은 내 삶부터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한 청년세대는 경쟁을 강요받으며 살았습니다. 수능, 취업 등 치열한 현장에서 늘 쫓기듯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매일 100m 달리기를 해서, 순위가 매겨지는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런 각박한 사회일수록 자살이 많다고 합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이 자살률 세계 1위라고 하니, 이미 낳아 키워진 아기(청년)마저 사회가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취업까지 관문을 뚫었으면 아기를 낳아도 되지 않겠냐고 되물을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상이 노동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 감을 때까지 노동인 날들의 연속입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육아 현장으로 다시 뛰어드는 육아 선배들을 보고 있으면 공포마저 몰려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주 52시간을 넘어 주 최대 69시간까지 늘린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인식 변화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가장 뜨는 예능을 보면, 트랜드가 보인다고 하죠. 최근 가장 뜨는 예능의 중심에는 오은영 정신의학과 교수가 있습니다. 아기 하나 낳더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방증인 동시에, 가족이 나와 아기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함께 그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구인 겁니다. 장시간 노동 굴레에서 이런 청년들의 욕구가 충족이 될까요.
 
혹자를 전쟁 통에도 아기가 태어났다며 청년들이 배부른 소리한다고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살고 싶다면, 그 시절에 살면 될 일입니다. 다만, 바뀐 청년들의 인식과 위기에 놓은 삶을 외면해온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 인구 위기’라는 점은 명심하셔야 할 겁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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