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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마을버스의 위기

2023-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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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2022년 기준 서울시 마을버스 노선 중 81%가 적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줄어들었던 승객 수는 최근 엔데믹에 가까워지며 시내버스는 90%, 철도는 100% 가까이 회복됐지만, 마을버스는 70% 회복에 그치고 있습니다. 
 
준공영제로 운영되어 서울시가 적자보전을 해주는 시내버스와 달리 민영제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계속해서 적자가 쌓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사업 축소나 폐업을 고려할 수도 없습니다. 마을버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시민의 이동권과 직결되는 공공 영역이기에, 마을버스 사업주들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임의로 폐지할 수도 없고 관할 구청에서 폐업 신고를 쉽게 받아 주지도 않습니다. 
 
운행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마을버스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마을버스 배차간격을 늘리자 오히려 승객이 더욱 줄어들며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기차 등과 달리 ‘대체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며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따릉이 등의 공유형 모빌리티를 이용하거나 마을버스 이용을 포기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마을버스 요금은 성인 900원, 청소년 480원, 어린이 300원으로 성인요금은 8년째, 청소년·어린이요금은 16년째 동결되어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며 마을버스 요금 또한 400원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부의 공공요금 안정화 요청으로 인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황입니다. 마을버스 사업주들은 요금인상을 하겠다는 시의 이야기를 믿고 제3금융에까지 손을 벌려 사업을 유지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마을버스는 누군가에겐 ‘대체 불가능한 교통수단’이기도 합니다. 종로 08번 버스는 서울에 몇 남지 않은 산동네인 와룡동과 광장시장을 오가는 버스입니다. 성인 남성이 올라가도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가파른 언덕을 마을버스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가로지르며 노인들과 취약계층의 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교통환경이 좋지 못한 곳에 사는 서비스업 노동자, 청소노동자들 또한 매일 아침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으로 갈아타 일터로 향합니다. ‘약자와의 동행’을 하겠다는 동행·매력 서울시가 하루빨리 마을버스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언덕길 오르는 종로08번 마을버스 (사진 = 네이버 지도)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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