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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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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게 노동 전가하는 키오스크

2023-06-07 18:22

조회수 :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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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오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무인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음료를 집어들었습니다. 
 
어떤 음료를 마실지 하염없이 고민해도, 장바구니에 이것 저것 담았다가 취소해도 키오스크는 묵묵하게 저의 계산을 기다렸습니다.
 
로봇 팔이 건네주는 음료를 받아들고 근무처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뚜껑과 여분의 휴지도 잊지 않고 챙겨들고요.
 
퇴근 후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습니다. 먹고싶은 아이스크림을 잔뜩 담아 무인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당 충전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바코드를 하나하나 찍고, 환경을 위해 '봉투 선택 안함'까지 야무지게 눌러줍니다. 
 
계산원과 어색한 대면을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고 생각하며 가게를 나섭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오스크가 보편화 되기 전에는 소비자가 무언가를 하나하나 입력하지 않아도, 물건의 바코드를 직접 찍지 않아도 됐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키오스크는 편리함을 더해주는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계산원이 해오던 노동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것에 더 가깝습니다. 
 
이전에는 사업자들이 직원을 고용해 이들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계산과 고객 응대를 맡겼다면 지금은 이 일을 소비자가 하는 셈이죠.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만 보더라도 숙련된 계산원이 하는 계산과 일반 소비자가 하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최근 무인매장에서 도난, 기물파손 등이 왕왕 발생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점주들은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직원을 고용하거나 점주가 직접 매장을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에 행정력이 동원되는 겁니다.
 
키오스크의 도입으로 단순노동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전자기기 이용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이 소외된다고 지적하는 기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노동과 보안 등의 업무가 소비자와 공공에 전가되는 것은 쉽사리 눈치채지 못합니다.
 
일자리를 앗아갈 뿐만 아니라 일까지 떠넘기는 키오스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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