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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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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우기'…자기부정의 정통성 확립

인사·정책 등 문 정부 색채 지우기 '가속화'

2023-06-19 06:00

조회수 : 7,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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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정부의 전임 정부 색채 지우기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현재까지 인사,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문재인정부 흔적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문재인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윤석열정부만의 정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힙니다. 표면적으론 전 정부와는 차별화된 노선을 걸으면서 다른 정체성을 강조하지만, 결국엔 자기부정을 통해 정통성을 확립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외교·안보 정책 뒤집기인사·정책 전방위 보복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문재인정부 색채 지우기에 집중했습니다. 최근 국가정보원 1급 간부들의 보직 인사를 돌연 번복하고 대기 발령을 낸 초유의 인사 파동, 전현희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 적정성 논란 등이 대표적입니다. 
 
신·구 권력 갈등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불거졌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선임을 두고 당시 청와대와 인수위가 충돌한 사건은 문재인정부 흔적 지우기 예로 꼽히는데요. 당시 윤 당선인은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대해 임기말 공기업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면서 문 대통령과 인사권을 놓고 대립했습니다.
 
집권 후 문재인정부 색채 지우기는 더욱 본격화됐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비롯한 대북 정책 폐기 등 외교안보 정책이 대표적인데요.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한반도 평화 체제의 입구에서 머뭇거리던 대한민국 외교를 미국·일본 동맹이 미치는 강력한 자장에 이끌려 한반도 정전체제를 부활·강화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유'는 '평화'를 대신했고,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대행했으며 한일관계 '정상화'가 한일관계 '대전환'을 대체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문재인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요. 문재인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블랙리스트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특활비 의혹 등은 문재인정부 흔적 지우기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태양광까지 수사 대상이 되면서 문재인정부 색채 빼기가 노골화되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 탈원전 검찰 수사에 이어 최근 감사원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는 전임 정부의 '탈원전·친재생에너지 정책' 흔적 지우기로 지목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22년 3월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한때 '문재인 사람'역설적으로 자기부정
 
윤석열정부의 전임 정부 색채 지우기는 결국 본인 만의 정통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역설적이게도 '자기부정을 통한 정통성 확립'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습니다. 이후 2019년에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습니다. 문재인정부의 사람이었지만, 보수정당의 후보로 대선에 나서면서 반문재인의 정점에 서서 현 정부는 탄생시켰습니다. 결국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발로 집권한 윤석열정부이고, 전임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자기부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입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내고 야권으로 출마하는 것이 자기부정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는데요. 그 당시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여권의 지적은 그것이 오히려 자기 부정이 아닌가 싶다"고 맞받아치며 "저는 준사법기관 공직자로서 임명을 받은 순간부터 정부의 정책을 쫓아간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의 검찰을 이끌어 온 사람이다. 그런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은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내에서도 나왔는데요. 당시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시 적폐 수사로 승승장구하시던 분이, 지금 와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판결을 두고 정통성 없는 정부라고 문재인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자기부정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정부의 스탠스에 대해 '아직도 전 정권 탓을 하냐'는 비판적인 여론이 더 높다"고 꼬집으며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발로 집권한 윤석열정부이지만, 이제는 전 정권 흔적을 지우는 것보다 현 정부의 정체성을 보여줄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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