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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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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법제화도 못 했는데…또 장밋빛 청사진

재정준칙 도입 논의 국회서 '공회전'

2023-06-29 06:00

조회수 : 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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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한도를 3%로 맞추는 재정준칙을 법에 못 박기로 했지만, 관련 법안은 1년여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서자 재정준칙 법제화에 나섰는데요.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는 여야 간 이견으로 1년여 동안 국회에서 공전만 거듭한 가운데, 6월 임시국회 내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별다른 성과 없이 표류 중인데, 정부는 지난 1년간 재정건전화 노력을 자화자찬하며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가득한 내년 재정 운용 방침도 밝혔습니다.
 
재정준칙 법제화 '표류'상반기 도입 물거품
 
28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출범과 함께 국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에 나섰습니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가며 폭증세를 보이자 곳간 열쇠 사용 지침을 아예 법으로 만들어 함부로 열지 못하게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나선 배경에는 문재인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 등에서 나랏돈을 과도하게 풀어 이대로 가다간 미래 세대에 '빚더미 나라'를 물려줄 거란 우려가 작용했습니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을 말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도입했는데요. 기재부는 관리재정수지 GDP 대비 비율을 -3% 이하로 유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GDP 대비 비율 한도를 낮춰 적자를 줄이는 재정준칙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는 여야 간 이견으로 공전만 거듭하며 별다른 성과 없이 표류 중입니다. 실제 지난 2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만 확인하고 또다시 처리가 불발됐습니다. 소위 심사가 지연되면서 6월 임시국회 내 법안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요. 정부·여당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지속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저성장 장기화 국면을 이유로 정부 지출을 법으로 막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조문 전체를 훑어보는) 축조심사까지 마쳐 조항, 문구, 시행시기, 잉여금 등 숫자까지 다 정리했는데, (민주당에선) 경제 전반에 관련된 내용을 담아달라며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야당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보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출준칙을 법안에 포함시키고 지출을 재구조화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유 의원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했던 예산 제도를 흔들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제하고 기능이 중복되는 것을 통폐합하는 등 정부가 대대적으로 노력하면 저희도 재정 건전화를 위해 진일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실질적 재정 건전화 노력이 전제된다면 저희도 재정준칙 도입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생회복·경기활력·미래성장' 외친 정부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는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정부는 이날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또다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1년간 이전 정부의 무분별한 방만재정을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자평하면서 내년에는 미래성장동력 확충과 약자 복지 등에 중점 투자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나랏빚을 더 내지 않고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국방·법치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미래 대비와 성장동력 확충, 약자복지에 집중 투자해 국정과제 및 민생 회복과 경기활력을 확실히 뒷받침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재정투입에 대한 효과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 노조·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에 지원되는 보조금 등은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군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은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재정운용 기조를 견지할 것이며, 이는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자'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정부에서 치솟는 국가채무 등 재정건전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던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우리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 하에서 고물가 대응을 위한 다각적 노력과 함께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고, 나아가 통화가치 안정과 대외신인도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몇 년간 예비타당성 면제 확대 등 비효율적인 재정 사용이 현저히 늘었다"면서 "당연히 재정준칙 도입은 필요하고, 재정지출의 남발을 막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 등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회의 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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