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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비상진료 가동했지만…피해환자 '눈덩이'

상위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275명 '줄사직'

2024-02-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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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 파업으로 110건이 넘는 수술이 미뤄지는 등 피해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예약된 진료 취소, 진료 거절, 입원 지연 등의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환자 상태 악화로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전원 체계'를 갖췄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병원들의 업무 과중이 현실화되는 등 '의료 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는 100개 병원 전체 전공의 74.4%에 달하는 규모로, 4명 중 3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셈입니다.
 
근무지 이탈자 전공의는 하루 전보다 211명 늘어난 802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소속 전공의 64.4%가 병원을 떠났습니다. 복지부는 80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내린 상태입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한 이후 총 603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복지부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 중 약 95%가 근무하는 상위 100개 수련병원의 통계를 집계하며 의료체계 상태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과거 '병원 단위' 대응으로 의료체계를 유지해 오던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입니다.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대책상황실장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시다가 상태 악화로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전원 체계들이 갖추어져 있고,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22일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응급실 환자 진료 제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정부는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응급·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경증환자는 지역 종합병원 또는 병의원으로 이송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시행합니다. 12개 국군병원 응급실도 개방할 방침입니다. 보건소 연장 진료와 무제한 비대면진료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속출하는 피해 환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21일 18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로 접수된 신규 피해사례는 57건입니다. 수술 지연 44건, 진료거절 6건, 진료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씩 늘었습니다. 기존에 접수된 92건을 포함해 피해 사례는 총 149건에 달합니다.
 
더욱이 피해 사례의 누적 건수 중 수술 지연이 113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뒤를 이어 진료예약 취소 17건, 진료 거절 14건, 입원 지연 5건 등입니다. 수술 관련 피해 사례는 사실상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이 받는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환자들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실제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전공의들 이탈로 이미 일선 병원은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병원별 집계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복지부 측의 설명입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현재 인력이 30~40%가 빠져나가 있는 상태다. 정부도 얼마나 수술이 취소됐고, 얼마나 전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그러나 병원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행정보고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을 박차고 나온 불법을 저지른 의사, 이를 부추기고 또 자금까지 모아서 불법을 지원하는 지도부의 의사는 비난받아야 하고, 비판받아야 한다"면서도 "집단행동 속에서도 묵묵히 환자 진료에 힘내고 있는 의사분들을 따뜻하게 격려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중증 응급환자 우선 진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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