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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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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사운드

2024-03-08 18:45

조회수 : 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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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한 공연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재즈 밴드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밴드(Band)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가끔은 한국 미디어의 천편일률적인 대중음악 취향에 불만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 땅에서 밴드 음악이 찬란한 꽃을 피울뻔한 적도 있지만, 정체불명의 괴생명체 같은 한 인디밴드의 난데 없는 노출쇼에 그 기세가 어이없게 꺾였던 적이 있죠. 
 
이따금 가뭄에 단비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밴드들도 대한민국에 있었지만, 좀처럼 대중음악의 대세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록 밴드의 쇠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 때 프로 밴드 뮤지션과 프로음향인  업계 관계자들과 이런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밴드 음악이 인기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생각보다 흥미로운 대답이 나왔습니다. 밴드 음악을 제대로 제작하고 감상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들을 만한 밴드 음악을 만들어내고 무대에 올리기 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적절한 '공간'을 찾는 것이죠. 밴드음악도 작곡은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같은 도구로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합주는 다른 문제입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하는 형태가 많은 한국인 특성상 소음에 민감하다 보니 반드시 지하에 있어야 하며, 방음장치도 있어야 합니다. 각 합주실 내에는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 단위의 앰프 등 음향 장비도 필요합니다. 연주 한 번 하려고 악기를 사는 것도 문제죠. 악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니까요.
 
한 마디로 밴드음악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게 당시 대체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하는데 연습할 공간도, 공연을 할 공간도 많지 않다는 거죠.
 
실제로 프로음향인 들의 경우 각자 음악 장르별로 전문성을 갖고 무대 음향을 조절하는데 밴드 음악이 그 난이도도 가장 높고, 무엇보다 장소 특성에 따라 소리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년 전 코로나 19로 인해 한 동안 오프라인 공연문화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이들에게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뮤지션들과 음향인들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우수한 음향을 들려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전문인들의 영역으로만 느껴졌던 이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청자들에게 각인이 됐고, 밴드음악 생산자들의 공간에 대한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노하우 덕에 밴드 음악에 대한 선입견인 '시끄럽다'에 대한 청자들의 선입견도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KMA)'에서 올해의 음악인상을 인디밴드인 '실리카겔'이 차지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멜론뮤직어워드(MMA)에서도 인상적인 라이브 공연을 소화했죠. 
 
확실히 다양한 음악 장르를 즐길 수 있는 토대가 이전보다 더 눈에 띕니다. 앞으로 풍부한 음악 장르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공간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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