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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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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와 함께 살기

2024-05-31 19:32

조회수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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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를 죽이면 살인일까요, 기물파손일까요? 며칠 전에 본 웹 예능의 토론 주제입니다.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피노키오는 요정의 마법으로 생명을 얻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된 겁니다. 피노키오는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합니다. 몸이 나무로 되어있다고는 해도 인간과 똑같이 살아가고 관계를 맺는 피노키오는 인간이고, 그런 피노키오를 죽이는 건 살인이라는 겁니다.
 
반면 기물파손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피노키오에게 인간성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피노키오가 인간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현실적으로(물론 동화에서 현실성을 따지기란 아주 우스운 일입니다.) 피노키오는 목재 인형이고, 사회적 인식이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피노키오의 정체성은 인간이 아닌 목재인형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법적으로 따져봤을 때 피노키오는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목재이기 때문에 피노키오를 부수더라도 기물파손죄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러자 '살인' 측은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필요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기에 우리가 새로운 존재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법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지금 현실에서 '피노키오'의 위치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반려동물입니다. 비인간인격체라는 말을 아시나요? 인간은 아니지만 의식을 가지고 자아를 인지하며 공감능력을 지닌 생명체를 뜻합니다. 돌고래는 거울을 보고, 까치는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동물들에게도 그들의 '인격'이 존재하는 겁니다. 특히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인간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사회에 속한 비인간 인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반려동물을 죽였을 때 그에 대한 처벌은 재물손괴죄에 불과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법이 아닌 주인의 재물 손상에 대한 처벌입니다. 그랬던 법을 바꾼 것은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었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에게 최대 징역 3년을 선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도 동물에게 인격권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만요.
 
아무래도 인간과 현실의 피노키오가 함께 사는 길은 느리고도 꾸준히 걸어야 하는 길인가 봅니다. 그래도 걷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타자를 받아들이고 함께 사는 방법은 늘 필요한 법이잖아요.
 
현대의 '피노키오'는 반려동물이다. 인간과 다르지만 인격을 가지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진은 기자의 고양이.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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