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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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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세은기자입니다
아이 울음이 귀하거늘

2024-06-11 16:28

조회수 :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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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9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산부인과 입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열차 안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경주에 볼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KTX 열차 안에 울려 퍼진 안내 방송.
 
경주역에서 서울역까지는 두 시간 남짓. 누군가에게는 고정된 자리에서 길 수도 누군가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해당 안내 방송은 사실 제 앞자리에 앉은 4인 가족을 향한 안내 방송이었고, 그 짧은 시간에 방송 횟수는 3번이나 됐습니다.
 
안내 방송이 어떤 한 가정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안 건, 열차 칸은 조용했고 제 바로 앞좌석에 앉은 4인 가족 이외엔 영유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앞좌석에는 태어난 지 5개월 정도로 되어 보이는 영아를 허리띠로 맨 엄마와, 3~4살로 추정되는 아이의 몸부림을 진땀 흘리며 잠재우려는 아빠가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었습니다.
 
엄마는 뒤통수만 보여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엄마와 마주 앉은 그 가정의 가장의 얼굴을 읽을 수밖에 없던 저는, 그 안내방송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2시간 내내 엄마의 포대기에 오롯이 기댄 영아는 울지 않았고, 그의 형은 45cm 되는 좌석에서 옴짝달싹하지 않고 조용히 가는 게 고문이었을 텐데도 시끄럽게 하기는커녕 칭얼대지도 않았습니다. 뭔가를 아빠한테 요구하는 듯했지만, 의사소통이 되는 중고등학생이 아닌, 이제 막 말을 하기 시작한 3~4살이 재잘재잘 떠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아의 그런 말소리조차 누군가는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정도의 데시벨로 느껴지고, 또 어쩌면 저출산 시대에서는 듣기 어렵고 소중한 아이의 목소리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내 방송이 2번 나온 이후 열차 객실승무원이 4인 가족이 있는 자리에 찾아온 뒤 가장에게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니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요청했습니다.
 
안내 방송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족이 있는 좌석에 굳이 찾아와 직접적으로 주의를 주는 건 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한창 말문이 트인 만 6세 이하 유아가 조잘조잘 떠드는 당연함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에서 누가 선뜻 아이를 낳고 기를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승무원의 주의가 있은 뒤, 영문도 모른 채 아빠 손에 이끌려 후덥지근한 복도로 나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습니다.
 
  • 오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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