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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세은기자입니다
‘알아서’라는 AI 뒤에 가려진 통제

2024-05-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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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이 14일 수원사업장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센터에서 'AI 라이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상곳곳에 AI가 스며드는 요즘입니다.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도, 노트북에서도 AI가 침투해 이제는 더 이상 AI 기능이 없는 디바이스를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AI 기능이 고도화돼 단순히 검색 엔진을 통해 찾고자 하는 이미지를 찾아주거나, 단어 나열만 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대화가 가능하고, 이용자가 하려고 하는 행동을 앞서 읽어 이를 처리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AI가 이 시대 ‘혁명’이라 불리는 이유는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에 나서기 전에 AI가 이용자 학습한 패턴을 알고리즘화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인데요.
 
이 ‘알아서 해준다’는 게 근본적으로 ‘편하기만 할까’라는 의문을 들게 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AI로 부모님과 자녀들의 안위를 집 밖에서도 살필 수 있는 AI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국내 미디어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수원사업장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CX·MDE센터에서 ‘AI 라이프 솔루션’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이곳에서 “부모님께서 약도 복용하시지 않고, 냉장고도 24시간 동안 한번도 열지 않았다고 알림이 왔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전화 한번 드려야 겠어요”라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대화가 요양보호사와 부모님 대화가 아닌 AI 서비스 시연이었습니다.
 
'패밀리 케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가족들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부모님을 위해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해 개발한 서비스로, 삼성전자 통합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에 탑재될 예정인데요.
 
부모님의 TV, 냉장고, 정수기, 인덕션, 스마트폰의 사용 여부를 가족의 스마트싱스로 확인하고,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자녀도 부모님을 위해 원격으로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온 가족이 함께 사용이 가능한 토탈 서비스입니다.
 
스마트 싱스는 삼성전자의 가전 플랫폼 앱인데, 이것으로 집안에서 이뤄지는 개인의 생활 패턴을 타자가 집밖에서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언제 일어났고, 무엇을 했는지를 타자가 안다는 게 가족 구성원으로서는 안심이 되는 기능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누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통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되는 개인 정보는 보안플랫폼 녹스로 철저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애초에 나의 정보가 수집되는 걸 막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약을 언제 챙겨 먹어야 할지를 알려주고, 집에 혼자 있을 자녀가 걱정돼 스피커를 통해 부모님의 대화를 전달하는 게 과연 일상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기술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무더운 여름날 집에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이 자동으로 켜지는 기술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되려 모든 걸 알아서 해준다는 울타리에 갇힐 수 있지 않을까요?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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