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진하

jin-ha@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참사의 상흔

2024-07-24 10:22

조회수 : 6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곳이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의 장마 기간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가 빈번하고, 도심 곳곳에 차량 통제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올해 폭우로 침수된 차량은 3500대를 육박했고, 피해액은 31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도 늘고 있는데요.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안전관리 일일상황'을 살펴보면 대체로 하천 급류 휩쓸림 사고나, 산사태 등 피해자들의 대응 부족이 원인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로 인해 14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사고는 인근에 미호강 교량 공사업체가 공사 편의를 위해 불법으로 제방을 허물었고, 집중호우로 인해 물이 넘치면서 사고가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환경단체가 미호강의 준설을 못 하게 막기 위해 제방을 넘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방을 철거한 공사업체와 이를 감독하지 못한 기관들이 초래한 인재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댐과 제방의 부족이 준설의 미흡이 아니라 제방 관리 실패가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이런 사고 발생 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존재하냐는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합니다.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 공간 침수 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000여 곳의 지하차도 중 182곳이 집중호우 시 침수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이중 87.4%인 159곳은 지하차도의 차량 진입을 통제할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니까 지하차도 침수를 관리할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더불어 환경부가 10년 주기로 점검하는 4대강 권역 수자원관리계획은 올해 전국 235개 하천에 대한 분석이 누락됐는데요. 여기엔 서울과 수도권을 관통하는 도봉천과 의정부 등 홍수 위험 하천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행안부에 지하차도 침수 위험을 반영한 통제 기준 마련과 차단 시스템 구축도 요청했습니다. 그야말로 뒤늦은 방지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정부세종청사를 향하는 길에 한 지인이 제게 "세종에 비 많이 온데 조심해"라고 말했습니다. 오송 참사 1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오송역에서 세종청사로 향할 때 반드시 지나가는 지하차도가 문득 두려워졌습니다. 
 
폭우로 미호천 제방 유실되어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새벽 배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 이진하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
관련 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