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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기자의눈)한미FTA 비준촉구 나선 금융협회장들

2011-11-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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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한미FTA 비준을 놓고 국회가 한창 시끄러운 이 때, 금융업협회장들이 비준촉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등 7개 협회장들은 9일 "금융 시장과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한미FTA가 조속히 비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협회장들은 "이미 우리 금융시장은 국제표준에 맞춰 개방돼 있다"며 "FTA 체결로 첨단 금융기법이 도입되고, 금융 관련 법령이 더욱 선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그럴까? 한미FTA가 통과돼 발효되면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은 선진화되는 걸까? 선진화된다하더라도 혹시 부작용이나 그늘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한국은 '아시아의 ATM(현금입출금기)’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외국자본에 취약하다. 불과 두 달 전 남유럽 재정위기로 증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외국자본이 너무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오히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미 개방이 잘 돼 있다'가 아니라 '지금의 개방 수준이 적절한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첨단 금융기법'의 허상이 밝혀진 지도 오래다. 뉴욕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기법으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다 3년 전 금융위기로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 미국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지 않았다면 모두 망했을 은행들이다. 미국민들은 월가에 모여 연일 이들 은행들을 규탄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경쟁이 불가능하다. 뱅커지에 따르면 올해 세계 25대 은행 중 미국 은행만 6개다. 한국은 '우리금융'이 겨우 72위다.
 
한국 금융권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도 문제다. 삼성의 휴대폰, 현대의 자동차처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이 없다. 한국의 은행들은 별다른 혁신없이 예대
 
마진으로 이익을 내왔다. 증권사들 역시 IB(투자은행)보단 고객수수료로 먹고 살아왔다.
 
여야간 뜨거운 쟁점이 되는 ISD, 즉 투자자국가제소권이 반영될 경우 한국에 진출한 미국은행들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일례로 미국 은행 중 일부는 계좌유지 수수료에 체크카드만 만들어도 발급료를 받는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영업이 '부당하다'고 지적해도 미국은행들이 당국을 상대로 '이익을 침해했다'고 고소하면 그만이다.
 
돈 안되는 중소기업, 서민 대출은 감소할 것이고 사회공헌활동도 대폭 줄일 것이다. 이미 외국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외환은행, SC제일은행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래칫(톱니바퀴의 역진 방지장치)조항'에 따라 한 번 개방된 시장은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 
 
이렇듯 중요한 쟁점에 대해 금융협회장들은 깊은 고민을 해보고 비준 촉구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한미FTA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등쌀에 못이겨 혹은 눈치 보느라 나선 것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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