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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금융지주 매트릭스 체제, 왜곡된 지배구조 더 악화"

국회 정무위원회·금융노조, 매트릭스 경영체제 공청회 개최

2011-12-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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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직물을 짤 때 씨실과 날실을 엮어서 만들 듯 매트릭스 체계란 기업이 여러 자회사와 계열회사를 운영할 때 직물처럼 꽉 조여 빈틈없이 조직을 운영하면, 기업의 효율성과 경영시너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는 감정과 관계라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는 그야말로 이상에 불과한 조직이다. 지주사 회장의 노욕(老慾)에 불과하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글로벌 뱅크에서 이 시스템(매트릭스 체제)을 갖고 왔는데 국내 은행에 적용해야 하는 것에 의아해하고 있다. 경영의 기본은 효율과 신뢰인데 매트릭스 체제는 효율도, 신뢰도 해소할 수 없는 이상한 해외 시스템이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
 
"결국 고객의 돈으로 경영권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수입해와서 이익난 것이 무엇인가, 수 조원씩 국부 유출하는 결과 밖에 없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대형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매트릭스 경영체계'에 대해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실정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더불어 기업집단 노사관계의 법적 제도화가 미비한 상황에서 노동계가 '지주회사 단일노조' 등의 대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8일 '금융지주회사와 매트릭스체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과 민주당 우제창 · 조영택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홍영표 의원,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매트릭스가 왜곡된 금융지주 지배구조 악화시킬 것"
 
주제 발표에서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먼저 현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 상법 및 은행법과의 충돌 ▲ 실질적 지배와 형식적 지배의 혼재로 책임과 권한 불일치 등을 지적했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는 각각 독립된 개별회사이면서도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소유하고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회사'를 기초로 한 상법은 이 지배구조에 대해 명확한 규율이 전무하다. 권한만 있고 법적 책임은 없는 지주회사의 기형적 지배구조는 '대마불사의 왜곡된 유인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특히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은행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을 규제하기 위해 은행법이 개정됐지만 완전자회사(주식의 100%를 금융지주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경우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아 지주사 경영진의 지배력 남용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매트릭스 체계가 왜곡된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트릭스 체계에서 법인장과 대별되는 '사업부문장'은 사실상 경영주체의 일원이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 임원이 사업부문장을 맡게 되면 금융지주회사의 경영개입을 금지한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조 연구위원은 "매트릭스 체계의 이런 위법적 요소는 금융영역의 유일한 합법적 겸업화 방식인 '임직원 겸직 및 업무위탁'과 전혀 다른 성격의 지배구조"라며 "이는 금융시장을 업권별로 규제하고 있는 현행 법제와 규제체계를 무력화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금융감독당국도 자회사의 독립경영 보장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고, 금융지주회사 차원의 단일·완전겸영 금융복합그룹이 허용되지 않는 이상 국내 금융법제 하에서 경영개입은 절대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향후 지배력 남용 방지, 자회사 독립성 강화, 지배구조 혼란 최소화 방향의 법제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노조 영향력 박탈 · 고용불안 야기될 것"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4~5년전 시점에 금융지주사 제도 도입에 대한 원칙이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원칙적으로 금융지주사 제도는 수용했지만 필연적으로 매트릭스 체제로 전환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등한시돼 왔다"고 꼬집었다.
 
노 부소장은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의 비중이 매우 높아 매트릭스 제도의 효율성 및 시너지 효과를 얻기 힘든 조건"이라며 ▲ 최종 책임자의 불분명성으로 인한 힘겨루기의 조직 지배구조 및 운영 혼란 ▲ 금융기관 종사자의 고용불안 및 노사관계 형해화와 악화 ▲ 금융감독 위험 증가 등을 매트릭스 체계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특히 노사관계에 있어서 ▲ '결정권 없는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으로 인한 은행 노조들의 영향력 박탈 ▲ 경쟁심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 부소장은 노동계의 대응 방안으로 사용자성 확대를 위한 입법운동과 지주회사 노사관계 자율적 제도화, 지주회사 단일노조 건설 등을 제안했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가족들의 염원은 민영화로 한시라도 정부의 간섭, MOU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싶다"며 "그런데 우리금융지주사는 민영화가 아닌 매트릭스와 카드분사 등의 현재 금융상황에 맞지 않는 상황으로 직원들의 힘을 낭비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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