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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한·EU FTA 성적 부진, 유럽재정위기 직격탄 맞아

무역흑자 계속 감소..수출국가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아

2012-01-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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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유럽재정위기로 인해 지난 6개월 간 한·EU FTA 효과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FTA 발효뒤 무역흑자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와 무관하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유럽상공회의소(EUCCK) 오찬 간담회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금까지 발효된 300여개 FTA 협정 가운데 가장 돋보인 '경제 특급 익스프레스'라고 평가했다.
 
◇ 한·EU FTA 이후 對EU 무역수지 감소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의 6개월 간 성적표는 당초의 장밋빛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민주통합당 박주선 의원이 지난 2일 내놓은 '한·EU FTA 6개월 무역수지 성적표(12월20일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7월~12월 EU와의 교역은 2010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역수지 흑자폭이 62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살펴보면 ▲ 7월 19억5000만달러 ▲ 8월 1억6100만달러 ▲ 9월 3억9000만달러로 흑자폭 감소가 다소 줄었다.
 
그러나 ▲ 10월 13억7800만달러 ▲ 11월 9억7300만달러 ▲ 12월 13억6000만달러로 다시 감소폭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 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감소액의 대부분이 한·EU FTA 발효 뒤 6개월 간 줄어든 對 EU 무역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감소액은 78억6000만달러로, 이 중 EU와의 무역수지 흑자 감소가 78.9%를 차지한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대EU 무역수지 흑자는 333억1000만달러로, 2010년의 411억7000만달러보다 19.2% 감소했다.
 
◇ 한·EU FTA 효과 미흡..유럽 재정위기 직격탄
 
한·EU FTA 발효 후 6개월 간 성적은 통상적으로 FTA를 체결하면, 교역이 활성화되고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렸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한국의 對EU 수출증가율은 ▲ 2007년 15.6% ▲ 2008년 4.3% ▲ 2009년 –20.2% ▲ 2010년 14.8% ▲ 2011년 11.5%다.
 
한·EU FTA를 체결한 2011년 수출증가율이 전년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전체 수출 중 EU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1.5%에서 2011년 10.6%로 감소하며 한국의 주요 수출지역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한·EU FTA를 체결한 해인 2011년의 수출증가율을 월별로 따져보면, ▲ 2월 47% ▲ 4월 29% ▲ 6월 17% ▲ 8월 12% ▲ 10월 8%로 한·EU FTA 체결이 무색할 정도로 對EU 수출증가율이 감소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한·EU FTA 3개월 평가와 한·미 FTA' 보고서에서 이같은 한-EU 간 무역수지 악화를 두고, 지난해 2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EU의 경제상황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또 "對 EU 수출증가율의 마이너스 전환은 지난해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는 1년 전인 2010년 6월과 7월의 對 EU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42.1~42.2%나 늘어난 데 따른 부(負)의 기저효과와도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변동 민감한 'IT·전자·가전·통신제품' 타격
 
실제로 유럽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현지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對EU 4대 수출품목(선박, IT·전자·가전·통신, 자동차 및 부품, 석유제품)도 영향을 받았다.
 
이 가운데 경기변동에 따른 수요탄력성이 큰 IT·전자, 가전, 통신기기의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Gfk는 "2011년 EU 가전시장 매출이 5.8%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쟁국에 비해 경기변동에 민감한 LCD 관련 제품, 반도체, 무선통신 제품에 특화돼 있는 한국의 對EU 수출구조를 수출증가 둔화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들 품목은 한국의 對EU 수출에서 약 15%(각각 4.1%, 5.4%, 5.3%)를 차지하고 있다.
 
선박은 기존 특수선 위주의 수주잔량 덕택에 약보합세의 수출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9월 누적기준 일반선 수출은 지난해보다 1.1%, 특수선 수출은 26.7%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원활했던 유럽선사들의 발주가 하반기 들어 급감하며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요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반면, 자동차의 경우 유럽 현지 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동차 판매는 2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푸조 시트로엥, 르노, GM 등 일부 유럽 현지 자동차 메이커로 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 기업들의 감산 정책에 영향을 받아 10~15% 정도 수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석유제품 역시 FTA 발효 전 3~7% 관세율이 전면 무관세로 변경되면서 수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석유제품은 주로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고, EU 지역 수출은 총 수출 중 10% 미만이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이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것"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유로 지역의 재정위기가 더 확산될 경우 유럽의 경기둔화, 유로화 약세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對EU 수출이 부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국의 對EU 수출은 다른 경쟁국에 비해 EU의 경기변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어 단기적으로 한·EU FTA 활용도를 제고시켜 수출둔화폭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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