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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진화하는 작전)②투자자 울리는 작전, 이렇게 진행된다

2012-02-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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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허위 정보로 주가를 조작하고 그 차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이른바 '작전'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몇년전 OCI(010060)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국내 유명 언론사주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데 이어, 외교부가 두차례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씨앤케이인터(039530)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형 스캔들 이외에도 코스닥시장에선 소소한 작전이 매일같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좀먹는 작전의 현황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주]
 
 
투자자 A, B, C, D씨 등 4명은 사전에 주가를 조작하기로 작전을 짰다. 이들은 유동성이 적은 저가주 가운데 한 종목을 택했다. A씨는 사들인 종목을 시장가 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았고 이를 함께 작전을 공모한 B씨가 받는다. 다음날 장 마감 직전 B씨는 A씨로부터 사들인 매수가보다 더 높은 가격의 매도호가를 제시한다. 이를 C씨가 산다. A와 B가 했던 것처럼 C와 D도 똑같은 방법을 반복한다. 가격이 일순간 폭등하고 이 종목을 사려고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린다. 이때 A씨 등 4명은 보유 물량을 통째로 팔아치운다. 이후 가격은 폭락한다.
 
영화 '작전'에도 등장했던 이른바 '통정매매'의 전형적인 사례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런 사례는 실제 주식시장에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우선주 이상급등 현상은 대부분 이런 수법을 통해 진행된다.
 
실제 작년 11월에도 우선주들이 이유없이 급등했다. 지난 11월 24일 유가증권시장 상한가 종목 13개 중 12개 종목은 모두 우선주였다. 이 가운데 보해양조우(000895)는 지난해 11월 들어 18거래일동안 무려 352.89% 급등하기도 했다.
 
우선주는 현금배당에서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금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철 마다 돌아오는 배당주 시즌이 되면 우선주 급등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상당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전세력이 주목하는 종목은?
 
그렇다면 작전세력이 주목하는 종목은 어떤 종목일까.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들 작전 세력에게 이용당하는 종목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가장 먼저 우선주의 사례처럼 유통주식수가 극히 적은 종목이 첫 번째 대상이다. 평소 거래량이 적어 몇 번의 고가 주문으로도 쉽게 주가를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실적이 시원찮은 기업이다. 지난해 상반기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의 87.9%가 당기순손실 또는 당기순이익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발생했다.
 
또 자본금이 적은 소규모기업도 악용된다. 자본금 200억원 미만 기업에서 모두 63.6%, 자기자본 300억원 미만 기업에서 51.5%의 불공정거래가 나타났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스닥시장 상장사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시장별 혐의비중을 보면 코스닥 시장이 54.0%로 유가증권시장(22.4%)의 2배를 웃돌았다.
 
          
 
◇테마株 주가급등의 비밀.."단주주문"
 
올해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특히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감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쳤지만 여전히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특징은 위 사례와 조금 다르다. 이들에겐 뉴스가 필요하다.
 
이 뉴스는 실적호전이 될 수도 있고 액면가 변경이 될 수도 있다. 그보다 확실한 것은 수혜 기대감 등으로 표현되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다.
 
이처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종목이 이들의 대상 종목이 된다. 시세유인이 쉽고 유동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른바 '단주주문'을 이용한 방법이 사용된다.
 
첫 번째 단계는 이 조건에 해당하는 종목을 초기에 일정 수량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세를 견인하기 시작한다. 짧게는 2분 길게는 20여분 동안 상한가나 시장가에 2~3주를 사겠다고 매수 주문을 넣는다.
 
이후 하한가나 시장가에 매도 1주 주문을 제출한다. 이를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반복해 시세를 견인한다.
 
마지막 차익실현 단계다. 뉴스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로 주가가 1~2% 상승하면 분할 매도로 차익을 실현한다. 물론 이후 주가는 다시 하락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개인투자자들이 이상 급등하는 종목이 작전에 노출된 종목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작전 세력에 당하는 것은 시세 급등에 편승에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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