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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비례대표 부정의혹', 통진당 무슨 일 있었나

정파간 자기 후보 심기 과열.. 부정의혹 잇따라 '파문'

2012-04-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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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동대표단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해 사태 해결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은 지난 20일 "조준호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례대표후보선출선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진상조사위원회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검증과 함께 투표 과정에 대한 진상을 책임있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상조사를 통해 현장투표와 온라인 투표시스템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당원과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진상조사위원회는 5월 초에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었다면 당원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철저하고도 책임 있는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당원 동지들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 등 불필요한 언행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둘러싼 잡음.. 무엇이 문제인가
 
통합진보당은 지난 3월 14일에서 18일까지 진성당원들의 온라인 및 현장투표를 통해 19대 총선에 나설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배치 순서를 결정했다.
 
그런데 비례대표선거과정 내내 곳곳에서 현장투표와 온라인 투표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서 갈등의 씨앗이 뿌려졌다.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현장투표의 경우 투표소에 참관인이 없거나 대리투표 정황이 발견됐다는 점 등을 들었고, 온라인투표에선 시스템 장애 및 투표기간 도중 소스 코드를 열어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추가했다.
 
이러한 불만과 의혹은 결국 통합진보당이 투표종료와 함께 공고키로 한 비례대표후보 순위에 대한 발표를 기약없이 늦어지게 만들었다. 아울러 이 때 정치권에선 이미 통진당의 비례부정선거와 관련된 소문이 파다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통합진보당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문제를 제기한 비당권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당권파에서는 부정한 일은 없었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의 이면엔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의 세 주체가 합친 통합진보당의 각 정파들의 잇속이 걸려있다는 지적이다. 정파들로서는 비례대표 후보 앞 순위에 자기네 후보가 배치되길 바랄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결국 차일피일 미뤄지며 당 내외의 불안한 시선을 받던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순위는 예정된 날을 4일이나 넘겨 공고됐다. 전무후무한 순위변경이 이뤄진 뒤였다.
 
일반명부 남성 2위를 기록해 전체 8번을 받아야 했지만 10번을 자청한 노항래 공동정책위의장은 "적법하지 않은 투표결과를 배척하지만 순위변경을 수용하겠다. 제가 수용하지 않으면 투표결과를 발표할 수 없고, 당이 초라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글을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일부 매체에서 여성명부 1위를 차지해 전체 1순위를 받는 것으로 보도가 나가기도 했던 오옥만 후보 역시 "이번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발생한 온라인, 현장투표에서의 심각한 부정행위 사실을 인지하였고 또한 그 증거도 확보하였다"면서도 "당의 총선 승리와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총선 이후로 진상조사를 미루는 것을 받아들이고 전체 9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순위변경을 포함한 결과가 공표됐으나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9번과 10번에 배정된 오 후보와 노 정책위의장이 유시민 공동대표와 함께 국민참여당에서 합류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내 비주류인 참여당 출신 당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유시민 공동대표의 '당무거부' 사태와 이정희 공동대표의 관악을 사퇴 파동으로 불거진 '경기동부연합' 문제는 당내 정파들의 불신과 갈등에 불을 질렀다. 통진당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매체들도 앞다퉈 제3당으로 도약한 통진당의 내부 진통을 보도할 정도였다.
 
통진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촉발된 이청호 부산금정구의원의 글도 정파간 대립을 심화시켰다. 이 의원의 글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비교적 명백해 보이는 현장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그렇더라도, 온라인투표 의혹을 제기한 점과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후로 겨냥한 점이 당권파의 강한 반발을 부른 모습이다.
 
◇향후 수습 어떻게.. '화학적 결합'이 최우선
 
당 내부의 갈등이 극도로 심화되면서 대표단은 지난 19일 전당대회 일정 연기에 합의한 것에 이어 20일에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을 천명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파간 다툼을 자제할 것에 대한 요청도 함께였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관계자에 의하면 "내달 2일이나 3일에는 중간발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투표 의혹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투표시스템을 담당하는 외주업체의 협력도 얻어야 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간이 많이 드는 문제 등이 예상된다. 현장투표는 증거가 명백히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중적 진보정당 하나만 보고 합류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난감하다"면서도 "어쩌면 총선 결과보다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고 가는 것이 통합진보당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투표기간 중 소스코드 안 열고, 대리투표 안 하는 것은 상식의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통진당 지도부는 이러한 당내 문제점들에 대해 비교적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저공비행'의 비행궤적을 묻는 한 트위플의 질문에 "연료가 떨어져 날개를 접고 있다"며 "남을 타격하기보다는 자기의 모습을 직시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왠지 슬픔이 차오르는 봄날"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심상정 공동대표도 당의 정파문제를 지적하며 "통합진보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는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분명히 했다.
 
19대 국회에 복귀해 활약이 기대되는 심 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은 북한의 광명성 발사와 관련해서도 당내 주류로 통하는 우위영 대변인의 논평에 제동을 걸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지적은 없이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꼬집는 것은 절절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모습을 종합하면 통합진보당이 일파만파로 번진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의 전말을 가릴 수 있을지의 여부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당내 세력들의 화학적 결합을 얼만큼 이룰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대표단이 천명한대로 책임있는 조치가 취해진대도, 정파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통진당의 내홍은 수면 아래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핵폭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3당으로 거듭난 통합진보당이 불거진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와 상처입은 당원들의 마음을 얼마나 녹일 수 있을지가 관건인 가운데,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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