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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호칭만 바꾸고, 정규직 업무도 일부 부담”..KB국민銀 비정규직 행원의 '설움'

임금 높은 정규직 행원 직무 떠 맡어

2012-06-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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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급여는 급여대로 차이가 크고, 업무는 업무대로 많고.. 비정규직 행원들은 기곈가요.."
 
KB국민은행 비정규직 행원(텔러)들의 서러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업무의 전문성을 이유로 정규직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다 진급에도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부터는 정규직 행원들의 일부 업무마저 비정규직 행원들 몫으로 떨어지고 있어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사무인력'에서 '사무직원'으로의 호칭변경은 사기 진작은 커녕 더 많은 책임감만 요구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임금·승진 차별받는 비정규직 행원, 담당 업무는 정규직보다 더 힘들어
 
1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은 직무의 성격과 전문성에 따라 정규직 행원과 비정규직 행원간 임금과 진급에서 차별을 두고 있다.
 
실제로 영업점의 경우 입출금, 송금, 제신고 등 단순하고 신속함을 요구하는 업무는 온라인창구에서 비정규직 행원들이 담당한다.
 
반면, 정기예금이나 펀드, 방카슈랑스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상품가입 업무는 상품판매창구에서 정규직 행원들이 맡고 있다.
 
K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행원간 직무를 분리한 것은 업무의 전문성과 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부합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KB국민은행 관계자도 "지난 2006년 직무분리를 한 것은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서 단순 직무에 한해서 분리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업무의 전문성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직무에 차별을 두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고수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본부 부서의 설명과 달리 일선 영업점 비정규직 행원들의 말은 다르다. 정규직 행원들의 업무가 비정규직 행원들에게 넘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영업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행원은 "예전에는 온라인창구에서 통장 신규와 신용·체크카드의 가입 업무만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신규정기예금과 외화 등 정규직 행원들이 담당하는 업무가 비정규직 행원들에게 넘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예금의 경우엔 우리는(비정규직 행원) 해지 업무를 할 수 없고 신규 가입만 할 수 있다"며 "정규직 행원의 경우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만기가 도래해 해지하고 재유치하면 자신의 실적에 반영되지만, 우린 신규만 가능하기 때문에 정규직 행원보다 고객유치나 실적 측면에서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호칭변경..사기진작보단 책임감 부담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 비정규직 행원의 명칭인 사무인력을 사무직원으로 변경했다. 또 입사 9년차인 비정규직 행원들에게 계장(정규직 행원들이 입행하고 처음 부여받는 명칭)이라는 명칭도 부여했다.
 
당초 KB국민은행 정규직 행원의 경우엔 직원이라는 명칭을, 비정규직 행원들에겐 사무인력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규직 행원에 비해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받고 있는 비정규직 행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노사가 협의해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KB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정규직 행원들을 일컫는 '직원'이라는 명칭과 달리 사무인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정규직 행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며 "비정규직 행원들의 사기 진작 일환으로 노사가 협의해 명칭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KB국민은행 관계자도 "비정규직 행원들은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엔 비용 문제가 걸려 있어 힘들다"며 "상대적으로 급여나 승진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행원들의 명칭 변경은 비용이 안들뿐 아니라 사기 진작을 위한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칭 변경에 대한 비정규직 행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명칭 변경에 따른 사기 진작보다는 과도한 책임감 부여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영업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행원은 "행내 인트라넷에서 직원 검색을 하면 우리(비정규직 행원)는 사무직원으로 나온다"며 "사무인력이나 사무직원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그는 "대졸 공채로 입행한 정규직 행원의 경우엔 처음 들어오자마자 계장 명칭을 받는다"며 "우리와 그들간 대우의 차이는 엄청난데다 은행에서는 계장이라고 고객응대나 실적 등 책임감만 더 주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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