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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숫자놀음에 무너진 경제②)MB정부의 '눈속임 경제'..필두는 '조세정책'

감세정책 결국 대기업에만 혜택·세입 줄어 국가 재정도 타격

2012-12-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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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방향이 정부 중심의 통계를 기반으로 결정되면서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에 국민들은 아우성이지만, 정책당국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통계를 근거로 '선방', '선전', '대박' 등의 찬사를 동원해 가며 다른 나라들보다는 낫다고 자위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통계의 오류에 따른 정책실패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가 처음으로 내 놓은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감세(減稅)'였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완화, 상속세 및 증여세율 인하 등 집권 5년 동안만 25조원에 달하는 세수감소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감세정책에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무한정 세금을 깎아주면 국가 재정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세정책을 주도했던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그 동안 과표양성화 등에 따른 세입여력 증대분을 활용하고, 세출구조조정을 병행해 나간다면 재정건전성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면서 지속가능한 재정수입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감세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이 것이 선순환을 통해 오히려 세수를 증대시킨다는 이른바 '낙수효과'(트리클 다운) 논리의 등장이었다.
 
감세정책 상당수가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있는 사람이 돈을 쓰면 없는 사람들도 혜택을 받는다는 논리를 밀어붙인 것이다.
 
문제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갈 수 있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감세, 상속받을 재산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있는 상속세 증여세 감세,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내는 대기업과 고소득자가 혜택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가 감세정책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5년간 지겹도록 계속된, 그리고 현재 다음 대통령 후보들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부자감세'냐 아니냐의 논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봐도 부자와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감세였지만, 낙수효과에 기댄 감세론자들은 그들만의 근거로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실패한 감세정책..'근거'부터 틀렸다
 
감세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낙수효과 외에도 다른 외국과의 비교결과도 중요한 근거로 사용됐다.
 
법인세율의 경우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24.2%(지방세 포함)가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 등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국가보다 높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17%, 홍콩은 16.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대만은 2010년 25%에서 20%로 인하했다가 다시 17%로 더 낮췄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경쟁국의 개념정리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인구 1000만도 안되는 소규모 국가들과 우리를 단순히 경쟁국으로 비교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국가 외에 일본은 법인세율이 39.5%에 달하고, 미국도 39.2%, 독일은 30.2%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툭'하면 사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법인세율 평균도 25.9%(2010년 기준)로 우리보다 높다.
 
기획재정부 스스로도 올 초 펴낸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24.25)이 OECD 34개 회원국 평균 25.47%보다 낮아 기업들의 직접적인 세금부담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법인세율을 조정하는 것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많고, 법인들의 유보소득도 많다. 법인의 비중이 높아서 법인세 비중이 높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많이 내기 때문에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는 팩트(사실)를 왜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감세로 인한 재정타격은 2008년 감세정책을 시작할 때보다 훨씬 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감세정책으로 지난 5년간만 63조~82조원의 세수가 덜 걷혔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감세효과 25조원의 무려 3배 수준이다.
 
감세를 통해 경제선순환을 일으킴에 따라 세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은 두차례 글로벌 위기와 함께 보기좋게 빗나갔다. 수십조원의 감세를 감행해 놓고, 뒤늦게 재정건전성을 운운하며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필연적인 복지확대를 비난하는 꼴이 됐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가 한편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다"면서 "세입기반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4대강 사업 등 SOC 위주의 대형 국책사업을 강행함으로써 재정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감세혜택? 서민에게는 '남의 일'..숫자놀음은 쭉~
 
감세혜택이 서민들에게도 동등하게 혹은 더 많이 돌아갈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도 사실상 일종의 착시효과를 이용한 '국민기만'에 가깝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언론 홍보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에 따른 효과의 절반 이상(50.9%)이 중소기업과 중산서민층에 돌아갔고, 나머지만(48.6%)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료에서도 정부의 숫자놀음은 계속됐다.
 
재정부는 중위소득에서 150%를 초과하는 집단을 고소득층으로 보고,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저소득층, 그 사이(50%~150%)는 중산층으로 봤다. 이것이 OECD기준이라는 것.
 
우습지만 저소득층과 중산층, 고소득층이 각각 33.33%씩(1/3), 3분화돼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실제 통계청의 2011년 소득분배지표에서는 가처분소득기준 중위소득 150% 초과인 고소득층은 20.8%에 불과하다. 50% 미만인 저소득층 역시 15.2%에 그친다.
 
이에 따라 실제 감세효과의 절반은 인구 20.8%인 고소득층이 가져갔다고 봐야 한다.
 
세목별로 보면 감세효과는 서민들에게 더욱 머나먼 얘기였다.
 
상속할 재산이 있는 사람들의 몫인 상속 및 증여세의 감세, 팔아치울 집이 있는 사람들의 혜택인 양도소득세 감세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가 없다.
 
양도세를 깎아주면 주택거래가 활성화되고, 전월세 물량이 늘어나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며 지난 1년간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선물'을 쏟아냈지만, 전세값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여전히 치솟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지난 5년간 전세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평균 32.16%, 경기도는 33.01%나 뛰는 등, 수도권 평균 24~33%까지 전셋값이 상승했고, 지방에서도 5대 광역시에서 46.32%, 기타 시도에서 51.28%나 전셋값이 급등했다.
 
정부는 서민들을 약올리는 수준의 조세정책도 중간 중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세제개편에서 근로자들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늘려준다면서 전통시장 이용분에 대해 공제한도를 100만원 더 늘려줬지만 사실상 신용카드 이용이 자유롭지 않는 전통시장에서 얼마나 소득공제를 챙길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2010년 도입한 월세소득공제는 공제규정이 까다로워 제도 도입 후 1년간 전체 월세가구의 0.4%만이 신청했을 뿐이다.
 
지난 9월에 정부가 참신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라면서 내 놓은 근로소득 간이세액표 개정은 매달 떼어가는 소득세를 덜 떼어가는 방법으로 연말정산 때 어차피 돌려받을 세금을 쪼개어서 미리 앞당겨 받도록 한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조삼모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인정한 이 대책은 국민들을 '원숭이'로 취급한 대표적 눈속임 사례로 꼽힌다.
 
올해부터 도입된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도 마치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비춰지지만, 결과적으로 카드사용액이 많고, 낸 세금이 많은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사람은 최고세율구간인 3
억원 이상의 과표구간에는 없다. 저소득계층(이 이용한다)"이라며 "정책 타깃은 저소득층인데 실제 혜택은 고소득층이 많은 상충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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