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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의눈)민주·통진당의 '자격심사 소모전'

2013-03-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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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이 주장해 왔던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 발의에 동참한 것을 놓고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소속 정당은 다르더라도 ‘의원자격’ 문제는 서로 쉬쉬하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는 국회에서 두 의원의 자격심사를 놓고 같은 의원들끼리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논란을 확대시키는 당사자들이 여야가 아니라 야당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새누리당과 막판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통진당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발의에 합의했다. 통진당은 두 당이 야합해서 자기당 의원들에 대한 사상검증을 하려 한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자격심사안에)서명한 민주당 지도부들 다수가 19대 총선에서 진보당의 도움으로 당선됐다”면서 “정치인으로서 존재가 마감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게다가 통진당 당원들까지 자격심사안 발의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야당끼리의 싸움이 확전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통진당이)부정경선 검증 문제를 사상 문제로 오독하고 있다"고 반박하자 화살은 일거에 박 의원을 향했다.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기소되지 않았지만 자격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박 의원의 논리에 따르면 지금까지 선거법으로 기소되지 않은 의원도 누구든지 자격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주도했던 통진당 두 의원의 자격심사안 불똥이 엉뚱한데로 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요청을 수용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야당끼리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는데도 야당은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여당에선 색깔론으로 몰고갈 수는 있겠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된 두 의원의 자격이 국회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도 공개적으로 "자격심사안은 19대 국회 개원과 8월 국회 합의사항이었다. 새누리당은 정부조직개편안과 이 문제를 연계했다"며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민주당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이 자격심사안에 찬성한 것은 두 의원을 몰아세워 실제로 의원자격을 박탈하려는 목적보다는 여야의 협상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진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협상 과정에서 왜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면서도 '배신자' '정치인생 끝장' 등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야당끼리 싸우는 과정에서 그 어부지리는 누가 챙길 것인지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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