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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의 눈) 공정위가 말한 '30%룰' 제외, 그게 쟁점일까

2013-04-25 16:58

조회수 :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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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공정거래법의 '30%룰'을 두고 말이 많다.
 
공정거리래원회(이하 공정위)가 24일 청와대에 업무보고 하면서 이를 사업 추진 내역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제각각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
 
한쪽에선 경제민주화 조치가 후퇴했다며 우려를 표하고, 다른 한쪽에선 재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공정위마저 경제민주화 조치의 무리수를 인정한 것이라는 뉘앙스도 빼놓지 않는다.
 
30%룰이 대체 뭘까?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공정거래법 조항에 총수 지분이 30%를 넘는 대기업의 경우 그 안에서 벌어진 부당내부거래는 총수가 관여한 걸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덧붙이자는 주장이다.
 
이게 국회발 입법 논의로 가시화되면서 '해도 너무한다'는 재계 반발이 거세졌다.
 
실제 재계 목소리가 커지자 4월 국회 통과가 점쳐졌던 경제민주화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하도급법, 자본시장법, 가맹사업법 등이 국회 정무위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그 전후의 공정거래법은 논란이 불붙다가 처리가 보류됐다.
 
마치 '30%룰'을 둘러싼 논란이 '경제민주화=기업 때리기'로 의제를 옮기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처럼 흘렀다.
 
이대로라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 경제민주화 조치도 처리에 많은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정위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의 핵심은 '재벌 폐해'를 고치겠다는 데 찍혀 있다.
 
기업의 정상적 경영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관여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셈이다.
 
공정위가 재벌 폐해를 시정하겠다면서 열거한 부당내부거래 행위가 3~4가지 되는데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돼 온 이것을 앞으론 용인하지 않겠다는 설명이 업무보고에 담겼다.
 
다만 당장은 처벌하고 싶어도 처벌할 법 근거가 없으니까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다.
 
공정위는 입법권이 없으니까 국회와 긴밀한 협조 아래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다만 국회 통과만 바라며 손 놓고 있거나 무한정 기다릴 수 없으니까 의원 입법안 가운데 괜찮은 것 골라서 연계 추진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게 하면 이번 4월 국회 통과는 물 건너 갔어도 6월 국회 처리는 기대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부당내부거래의 입증 책임을 공정위에 둘지 기업에 둘지, '30%룰'을 도입할지 안 할지는 의견이 분분한 만큼 굳이 법 개정 추진하지 않고 하던대로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던대로 한다? 어차피 현행법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30% 이상 보유한 경우를 '지배' 기준으로 보는 만큼 개정안에 30%라는 수치를 못박는다 해도 상징적 의미 정도 될 것이다.
 
더욱이 총수 몰래 부당내부거래를 주도하는 간큰 임원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부당내부거래 주체를 자동으로 총수라고 추정하든 안 하든 달라지는 건 크게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에선 이 조항이 정히 문제 될 것 같으면 총수에게 항변권을 주는 내용을 같이 넣으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다듬으면 될 내용을 같고 이게 빌미가 돼 공정거래법 개정 자체가 좌초될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다.
 
본질은 결국 재벌 개혁과 그 의지에 있는데 소소한 '30%룰'을 두고 '기업 때리기다' 혹은 '경제민주화 후퇴다' 하는 갈등만 키우고 있다.
 
사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 재벌 개혁에 천착해온 이들 역시 '30%룰'에 대해 문제 제기 해왔던 걸 감안하면 공정위가 30%룰을 물렸다고 해서 '후퇴'라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중요한 건 관행처럼 이뤄져온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총수일가 지원, 납품거래 과정에서 부당하게 중간 마진을 챙기는 행위 등을 부당내부거래로 법에 못박아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를 보다 철저히 감시하겠다면서 대기업만 전담하는 조직을 부활하겠다는 계획도 업무보고에 담았다.
 
지금은 경제민주화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진력해야 할 시점인데도 논의는 자꾸 본질을 놓치고 있다.
 
그게 '30%룰'을 빌미 삼은 의도적 공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 막 시작된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는 앞날이 위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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