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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집중기획)①原電지상주의에 밀려나는 '그린에너지'

신재생에너지원 비중 10년째 '2%대'..MB 녹색성장 '헛구호'

2013-07-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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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녹색성장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한반도 곳곳에 녹색성장이란 구호가 넘쳐났다. 그리고 그 핵심인 신재생에너지가 곧 기존 에너지원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하지만 꼬박 5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한국은 여전히 원자력 발전 비중이 31%로 세계 5위 원전대국이다. 정책이 원전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뒷전으로 밀려난 결과다. 또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는 아직 이렇다할 정책조차 제시하고 못하고 있는 상태다. 원전대국으로 군림했던 미국과 일본이 최근 원전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원 확대에 힘을 쏟는 상황과 극명히 대비된다. 올해는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되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신재생에너지 보급 성장률 10위.'
 
정부가 올초 발간한 '2012년 신재생에너지 백서' 첫 장에 서술된 내용이다. MB정부는 성장률을 중시한 정부답게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동안 보급 증가률이 7%에 달했다"며 이렇게 높은 숫자를 과시하며 마지막 치적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하단으로 밀린 다른 수치를 들여다 보면 전혀 다른 실상이 드러난다.
 
지난 2008년 2.43%에서 2011년 2.75%.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가 1차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2%p 증가하는데 그쳤다. 7%에 달하는 보급증가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실상은 원전에 올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1차 에너지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비중은 지난 2003년 2.06%에서 2011년 2.75%로 0.69%p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년 동안 공급비중 성장세가 채 1%p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공급 규모는 2003년 443만7428TOE(석유 1톤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양)에서 758만2846TOE로 1.7배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절대공급량은 대폭 늘었지만, 상대적 비중은 그에 상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출처='2012년 신재생에너지 백서')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쳤던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인 2008년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2.43%에서 2009년 2.5%, 2010년 2.61%, 2011년 2.75%로 4년 동안 공급비중은 불과 0.32%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이 2003년 2.06%에서 2007년 2.37%로, 5년 동안 0.31%p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구호가 무색하기만 하다.
 
 ◇악순환의 연속..정부 단기 대응 급급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절대치가 증가함에도, 전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원전에 기댄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꼽는다.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 사용량 증가를 부추기면서 에너지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정부는 단기적 대응에만 급급해 가장 손쉬운 방법인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으로 대응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성장이 더뎌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원유 열량 기준 가정용 전기요금의 OECD 평균 비율이 213.3이었던 데 반해 한국은 4분의 1수준인 59.9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이 각각 181.3, 307.5인 것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현저히 낮다. 1차 에너지인 원유보다 최종 에너지인 전기가 더 저렴한 기이한 현상이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료출처=이성호 전북대 교수 OECD, IEA 자료 취합)
 
이상훈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실장은 "OECD 국가들은 전체 에너지 수요를 억제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는데 급급해 원전이나 석탄화력 등 대규모로 빠르게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정책과 공급 체계의 대대적인 손질 없이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이 눈에 띄게 늘기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중 2%대..선진국들 비해 턱없이 낮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IEA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이 가장 높았던 국가는 덴마크로 무려 20.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독일(10.4%), 프랑스(8.4%), 미국(5.8%), 일본(3.2%) 등도 2.61%인 한국보다 보급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2011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덴마크는 25.5%를 기록한 데 이어 독일(12.6%), 프랑스(7.8%), 미국(6.3%), 일본(3.7%) 등은 2.75%인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축소된 프랑스를 제외하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폐기물과 바이오 등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을 원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0년 폐기물의 비중이 무려 70.9%에 달했다. 이어 바이오 에너지가 11%로 뒤를 이었다.
 
전체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이들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1.9%에 달했다. 반면 수력(10%), 풍력(2.4%), 태양광(2%), 지열(0.2%) 등은 미미했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들이 매진하는 미래 에너지원인 태양광에 대한 비중은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2011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폐기물 에너지가 67.5%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바이오 에너지(12.7%), 수력(12.7%), 태양광(2.6%), 풍력(2.4%) 등의 순이었다.
 
◇한국전력 본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사진=양지윤 기자)
 
문제는 폐기물 에너지 가운데 대다수는 진정한 의미의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데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11년 조승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IEA는 부생가스, 자동차 정제폐유, 시멘트킬른 보조연료, 산업폐기물과 도시폐기물 중 비재생부문은 제외한 그야말로 자연상태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원료에서 나온 에너지만을 재생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석유화학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가 폐기물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생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따라 화학물질을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고, 엉터리 통계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통계 작성시 부생가스의 양을 임의로 조절해 신재생에너지 전체 보급 비중을 늘리는데 이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 학계의 한 전문가는 "부생가스의 경우 석유화학 공장에서 생산되는 총량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일부만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마저도 정부의 기준은 없다"면서 "부생가스가 통계를 부풀리는데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애초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것을 신재생에너지로 간주하고, 통계를 조작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도 당시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정 노력도 뒤따랐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IEA 기준에 맞게 재생에너지 범주에 부생가스와 정제폐유, 시멘트킬른 보조연료 등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새 기준에 맞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통계를 낼 경우 공급비중이 1%대로 반토막이 날 상황이 되자 지경부는 용역조사와 공청회까지 마쳐놓고도 결국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녹색성장을 외쳤던 청와대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상훈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지경부가 국제 수준에 맞춰 재생에너지의 범주를 개편하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기준을 바꾸지 못했다"면서 "이명박 정부 역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진실을 가리는데 일조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실상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 초 발간한 '2012년 신재생에너지 백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이 2008년 585만8000TOE에서 2011년 758만3000TOE로 4년 동안 증가율이 7%에 이른다"면서 "OECD 국가 34개국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보급 성장률이 10위"를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에 집중된 나머지 신재생에너지는 뒷전이었다고 혹평했다. 대통령부터 원전 수출을 큰 치적으로 삼을 정도였다. 여기에다 '형님' 이상득 전 의원과 '왕비서관' 박영준 전 차관이 중심이 된 '영포라인'도 원전에만 매달렸다. 
 
이성호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녹색성장을 외쳤지만,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원전에 있었다"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면피용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 역시 "이명박 정부가 원전에 너무 올인한 나머지 다른 에너지원들은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다"면서 "여기에 공급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면서 의견수렴이나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이끌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지난 정부 5년이 가져다 준 에너지 정책의 폐해였다. (계속)
 
◇한국전력 본사.(사진=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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