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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유료방송업계, '클리어쾀' 두고 갈등 여전..9월 시행 '불투명'

미래부, 9월 저소득층 한정 클리어쾀 도입 방침..타 사업자 설득 관건

2013-07-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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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유료방송업계가 케이블 TV의 클리어쾀 도입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예정된 9월 시행마저 불투명하게 됐다.
 
클리어쾀 논란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사업자 간 이견은 여전하다. 주무부처인 미래과학창조부는 저소득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오는 9월 클리어쾀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위성방송과 IPTV 사업자들을 달래느라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주관으로 지난 19일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열린 저소득층 아날로그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팀장은 "4월 기준으로 아날로그 케이블 TV 가입자는 941만명으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9.1%"라며 "유료방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저소득층 156만2000명 중 35% 이상이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진=조아름기자)
 
그는 이어 "매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84만명 가량 감소하고 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완전한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약 10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저소득층에 한정해 클리어쾀 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클리어쾀은 제한수신기능(CAS)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 방송 채널을 송출하는 전송 방식으로, 암호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TV에 내장된 클리어쾀 수신기능만을 활용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셋톱박스 대여료가 추가되지 않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하고, 셋톱박스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장애인 등도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문형비디오(VOD)나 T-커머스 등 양방향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또 CAS가 빠져 있기 때문에 도시청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구매력이 낮고 디지털 전환에 대해 관심도가 낮은 저소득층에 한해서라도 클리어쾀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클리어쾀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면 아날로그 서비스 종료로 생긴 유휴 주파수를 초고화질(UHD) 방송이나 기가 인터넷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래부 역시 지난해말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클리어쾀을 부분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법안 통과 이전에라도 클리어쾀을 시작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문제는 타 방송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IPTV와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매체 선택권이 제한돼 공정한 시장경쟁이 침해되고, 유료방송시장의 저가화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워크숍에 참석한 신중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부장은 "클리어쾀이 도입되면 시청자의 케이블에 대한 고착화가 강화될 것"이라며 "클리어쾀은 저가 디지털 상품으로 유료방송시장의 저가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장은 이어 "저소득층의 시청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들이 위성, IPTV로 옮길 수 있는 매체 선택권도 보장되어야 한다"며 "클리어쾀이 도입된다면 그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좁히고 채널구성·운용도 공공, 공익 채널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준배 KT스카이라이프 팀장은 "정부 지원을 통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은 특정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며 "케이블업계가 자구적 노력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팀장은 또 "클리어쾀을 시행하면 1000만명의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그대로 케이블에 남게 된다"며 "저소득층의 매체 선택권을 침해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팀장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클리어쾀 기능이 내장된 디지털 TV를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예상 수요는 약 16만 가구로 전체 유료방송가입자의 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의 제한된 대상으로는 시장의 저가화나 공정경쟁 저하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클리어쾀을 통한 디지털 전환 정책은 저소득층에게 디지털 방송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재범 미래부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케이블사업자가 스스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디지털로 유도하겠다는 것은 자율적 판단으로 공정경쟁을 저하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클리어쾀을 시행하면서 다른 사업자의 마케팅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으므로 언제든 신고해도 좋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디지털 소외계층인 저소득층에 대한 방송 복지 차원에서 클리어쾀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르면 9월 중순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법적근거를 두지 않고 사업자 자율에 맡겨 운영하는 방식이지만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저소득층 한정이라는 합의를 지켜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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