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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디스플레이 혁명)③가깝지만 먼 길..난제 '산적'

기판·배터리 등 관련기술 아직 초보수준

2013-08-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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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디스플레이 혁명'으로 불리는 플렉서블(Flexible)과 투명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 개발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진척됐지만, 완성된 제품에 함께 탑재해야 할 배터리와 기판 등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플렉서블, 투명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용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판과 배터리 등 관련 부품까지 휘어지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기술 수준으로서는 상용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제품 상용화에 따른 가격 문제와 기술을 적용할 콘텐츠 개발 등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플렉서블, 기판과 배터리의 동반발전 시급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월 '가전박람회(CES) 2013'에서, LG디스플레이(034220)는 5월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13'에서 각각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기판과 배터리를 휘게 하는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탓에 하단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그 기능을 작동시켰다.
 
그렇다면 현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기판을 휘게 만드는 기술은 현재 다양한 물질을 활용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유리가 아닌, 깨지지 않고 유연한 성질을 가진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을 이용해 휘게 만들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휘는 기판에 적용할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기술 이전이나 양산까지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윤춘섭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고강도 플락스틱 패널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 기판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구부릴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고, 강도도 일반 유리보다 3배 강해 강화유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이 열에 약한 것과 달리 내열성도 450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향상시켰다.
 
김상욱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월 원하는 모양으로 분자가 스스로 배열하는 '분자조립' 기술을 활용해 휘어지는 대용량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부드러운 그래핀 기판 위에 반도체 패턴의 최고수준인 20nm(나노미터)급 초미세 패턴을 적용했다. 유연하게 휘어지면서도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담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기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플렉서블 기판에 옮겨진 금 나노 구조체의 모습. (사진제공=카이스트)
 
하지만 이들 기술은 아직 상아탑 내에 머물러 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아직 기업들과 기술 이전에 대한 이야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수준은 이보다 심각하다. 양산 단계에도 도달치 못해 수율과 수명 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때문에 어떤 기술이 표준으로 적용될 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배터리로 넘어가면 문제의 심각성이 확연해진다. 현재 아주 작은 점의 형태로 축소해 케이블이나 필름 형태로 휘어지는 배터리로 개발 방향만 잡았을 뿐이다. 또 배터리는 기판과 달리 용량과 안정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크기를 줄인 만큼 용량이 부족할 수 있고, 니튬과 같은 화학 물질들의 충돌로 안정성 또한 담보할 수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플렉서블 배터리는 개발 단계라 아직 확실히 증명된 것이 없다"며 "방향성만 정해졌을 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투명 디스플레이, 광투과율 높여야
 
투명 디스플레이는 낮은 광투과율이 가장 큰 기술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외에서 무리 없이 화면을 인지하고, 제대로 된 명암비를 구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광투과율이 최소 30%에는 도달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30%는 자동차 썬팅필름 수준의 광투과율이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실내에서만 사용된다면 상관 없지만, 창문이나 건물, 자동차 등 야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광투과율을 반드시 끌어올려야만 한다.
 
현재 액정표시장치(LCD)를 활용한 투명 디스플레이의 경우 한자릿수 광투과율밖에 구현하지 못해 상당한 기술 진척이 필요해 보인다. 또 LCD는 광투과율이 최고 20%라는 근원적 한계를 안고 있다.
 
때문에 대안으로 최대 60%까지 광투과율을 높일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목 받는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고정된 상태에서만 활용한다면 광투과율만 해결하면 되지만, 이를 휴대용 기기에까지 적용하기 위해서는 투명 배터리 개발이라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 배터리를 투명으로 만들 만한 기술 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안으로 배터리를 굉장히 얇은 수준으로 만들어 테두리나 디스플레이 아랫 부분에 담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완벽한 투명 디스플레이라고 보기 힘들다.
 
배터리 제조업계 관계자는 "투명 배터리의 경우 현재 업계나 학계로부터 진척된 소식을 들은 바 없다"며 "기술적 어려움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배터리를 투명하게 만들기 보다는 초소형으로 만들어 테두리 부분에 얇게 장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술개발은 차후 문제..환경구축이 우선
 
다양한 방법으로 플렉서블, 투명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출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조건으로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꼽았다. 
 
무리하게 제품을 출시한다 해도 결국 소비자들이 필요치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마저 부족하다면 아무리 혁명적인 기기라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느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해 출시된 '울트라HD(UHD) TV'도 비싼 가격과 함께 풀HD의 4배에 달하는 화질을 만족할 만한 영상 콘텐츠의 부재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1%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OLED TV도 마찬가지다. 낮은 수율 때문에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가격은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꿈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일부 특정 계층만 접할 수 있는, 대중성이 담보되지 못한 제품은 혁명이 아니라 과시용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예전 PDP와 LCD가 등장했을 당시, 부담이었던 높은 가격이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가격대로 내려온 점을 떠올려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조정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한철종 전자부품연구원 플렉서블디스플레이 연구센터장은 "플렉시블과 투명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가능할 지는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 응용의 문제"라며 "소비자들이 그런 기기들이 필요한지와 비용 대비 효용성 등 기술 외적인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출시 시기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꿈의 디스플레이. 아직 멀게만 느껴지지만 거리는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원하는가'에 대한 간절함이 이를 몇 걸음 앞당길 수 있다.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혁신을 갈구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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