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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브라질채권 손실 눈덩이, 벌거벗은 투자자 "어떡해~"

배당 수익보다 더 큰 환차손

2013-08-11 14:00

조회수 : 17,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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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최근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4년4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환차손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헤알화는 달러당 2.3060헤알에 거래되면서, 2009년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브라질의 저성장이 한동안 계속되는 가운데, 헤알화도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경섭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성장률 부진, 경상수지 적자 확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이 브라질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며 "브라질 경제의 부진은 한 동안 이어질 것이고, 올해 이미 최고 16.2%까지 절하된 헤알화 역시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브라질 채권, 배당 수익보다 더 큰 환차손
 
작년 증권사에서 브라질 채권을 매입한 민모씨는 "얼마전 집으로 날아온 거래내역보고서를 보니 20%가까운 손실이 났다"며 "매년 10%가량의 수익을 낼 것이라는 증권사의 설명과는 다르게 어떻게 이렇게 손실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작년 2월에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면, 연 11%의 금리라고 가정해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16%정도의 이자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토빈세 6%와 환전수수료 0.3%, 증권사 수수료 3% 가량을 빼면 9.3%로, 지금 매각하면 표면적인 수익은 연 6%정도 된다.
 
그러나 당시 헤알화 가치는 달러당 1.70헤알에서 현재 2.30헤알 수준으로 33%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오히려 27% 가량의 손실을 보게된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2700만원을 고스란히 잃게되는 것.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투자자의 경우에는 지금 바로 브라질 채권을 매각하면 헤알화가 절하된 만큼 손실을 볼 수 있다"며 "국가의 신용리스크가 커지지 않는 이상 만기보유시 현금흐름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만기보유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만기시점의 환율에 따라 원금이 결정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빈세 폐지, 투자자 '우르르'..증권사 수수료 수입 '두둑'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브라질 국채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금액이 5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브라질 정부가 토빈세(금융거래세) 폐지를 단행하면서 브라질 채권의 판매가 급증해 6월 한 달 동안에만 4000억원 이상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 6곳의 브라질 채권 판매(중개·신탁 모두 포함)를 집계한 결과, 올들어 2조1642억원을 판매해 작년 전체 판매량 1조4709억원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각 증권사)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016360)이 7200억원을 판매해 지난해 판매량의 72%를 이미 달성했고, 미래에셋증권(037620)은 4307억원으로 144%를 달성했다.
 
신한금융투자와 우리투자증권(005940)은 올해 각각 4222억원과 2872억원을 판매해 작년 판매량의 1455%와 651% 판매액수가 급증했다.
 
KDB대우증권(006800)은 작년 9월부터 브라질 채권 판매를 재개하면서 작년에는 200억원, 올해는 6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들이 브라질 채권을 중개해서 올리는 수수료는 채권의 형태나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0.3~0.5% 가까이 된다. 신탁의 경우에는 상품마다 다르지만 삼성증권은 2023년 만기 브라질 국채(10년물) 신탁 상품에 대해 선취수수료 2%와 운용수수료 연 0.3%, 선취수수료 1.7%, 운용수수료 연 0.5%의 두 가지 조건으로 판매하고 있다.
 
매년 판매량으로만 단순계산해 수수료가 0.5%라고 가정하면, 이들 증권사는 작년에는 약 73억, 올해는 약 108억 가량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환위험 간과하고 판매에만 '열'..투자자 위험 '뒷전'
 
증권사에서는 고금리와 비과세를 무기로 브라질 채권에 대한 마케팅에 열을 올린데 이어, 최근에는 헤알화의 강세 반전 가능성 등을 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브라질 채권을 판매한 증권사 중 일부는 제대로된 해외분석인력도 없는데다, 이들의 마케팅 전략에 환손실에 의한 경고보다는 토빈세 폐지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도 문제다.
 
모 증권사는 브라질 채권을 광고하면서 "만기시점에 환손실이 발생한 경우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채권에 재투자해 이자수익을 누적시키면서 동시에 환율회복 기회를 엿볼수 있다"고 했고, 또다른 증권사는 "현재 환율이 만기까지 변동없다고 가정시 잔존만기에 따라 브라질국채는 약 7~8%중반의 높은 세후수익률이 기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권사에서는 투자자 위험관리 소홀에 대해,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가증권에 대해 증권사가 매출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단순 중개의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을 핑계로 삼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일본처럼 해외채권서비스가 앞선 나라에서도 해외채권에 대해 중개를 할 뿐이지 매출행위를 하는 경우는 없는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개시 환율이나 금리변동사항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고지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채권을 회사채 정도의 위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재무건전성이나 신용등급 등 특정정보를 만들어서 주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몇몇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에 관련 규정에 대한 완화를 요구한 상태지만 얘기만 나올뿐 실제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브라질 채권은 고객이 예탁한 자금을 지정하는대로 운용하는 특정금전신탁으로 운용되거나 중개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투자에 대한 손실은 고객이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해외채권의 환위험을 없애는 방법은 환헤지인데, 브라질의 경우 환헤지 비용이 6~7%로 너무 높아 헤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판매당시 브라질의 경제상황에 대한 문제보다는 환위험을 깊게 고민하고 대비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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