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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증권가, 불황에도 연봉 상승? 뜯어보니 '착시효과'

2013-08-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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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증권업계가 최악의 성적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맨들의 평균  연봉 수준은 여전히 오름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업계에 살아남은 증권맨들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3 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국내 증권사 20곳중 임직원 1인당 1분기 평균 급여액은 1937만85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기록한 1860만5000원에 비해 8.4%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전체 연간기준으로는 1인당 평균 급여가 7751만원으로 전년보다 300만원 가량이 늘었다.
 
증권업계 연봉 기준이 성과 위주로 책정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금융당국의 공시기준 변경에 따라 복리후생비 등 이전에는 제외됐던 부분이 포함되며 증가폭이 대폭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연간 평균 급여액이 5900만원으로 업종내 상위를 기록했던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지난 1분기에도 1인당 평균 급여액이 3386만원으로 전년동기(1770만원)와 비교해 1년새 91.3%나 급증했다.
 
정규직 인원의 감소에도 영업부문의 계약직 등 비정규직 인원이 늘어나며 임직원수는 1.8% 가량만이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급여 총액도 전년보다 87.4%가 늘어난 289억여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종금측은 "전사적 노력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채권이나 부동산 등 타 증권사가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으로의 수익원 다변화에 나섰고, 리테일 부문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다양한 수익원 창출을 독려하고 꾸준한 성과위주의 경영에 나서기 위해 비정규직 형태의 성과 보상체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메리츠종금은 지난 1분기 매출 3138억원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12.9%, 10.44% 증가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공격적인 성과위주의 경영전략이 급여 인상과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NH농협증권은 지난해보다 비정규직 인력을 20%나 늘리면서 평균 연봉도 3340만원에서 42.2%가량이 줄어든 1931만원에 줄어들었다.
 
이외에도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016360)이 두 자릿수이상의 1인당 평균급여액 감소를 나타냈고, KTB투자증권(030210),대신증권(003540) 등이 각각 -16.6%, -5.9%의 임금 삭감폭을 나타냈다. 대부분 1분기 실적이 적자를 지속했거나, 적자로 돌아선 증권사들이다.
 
◇주요 증권사 1분기 연봉 실적
(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착시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일부 고소득 임직원의 성과급을 줄이는 등 업황부진에 대응한 자구책에 나선 상황에서 공격적 성과정책을 적용한 것일 뿐 실제 무리한 임금 인상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소득세법에 따라 임직원 보수 관련 계정에 복리후생비 등이 연봉에 포함되면서 임금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도 이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에는 고정급과 성과급(기타성과급 제외)만 급여총액으로 공시되어 왔지만, 올해부터 금융감독원의 기준 변경으로 인해 기타 성과급과 의료비, 경조사비 등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며 급여 총액이 증가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올해초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을 줄이거나, 일부 영업직원의 연봉을 성과위주로 재편하기도 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올해초 인센티브를 예년에 비해 20% 가량 삭감하며 고정비 조정에 나선 바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진한 리테일과 법인 영업 등의 실적을 감안해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자진 급여삭감의 노력에 나서왔다"며 "일부 이전 급여삭감에 대한 기저효과와 함께 영업장려를 위한 성과급 등이 얼마만큼 반영됐느냐에 따라 회사별로 평균 임금의 증가폭이 차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간 반영되는 일부 복리후생비 등이 이전과 달리 회계 처리상 1분기에 선반영되며 급여 상승효과처럼 보일 수 있다"며 "실적부진에도 무작정 급여를 올리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성과체계 재편에 따라 실제 급여에서 '편중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증권사의 직원은 "일부 증권사들이 급여의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법인과 일부 자산관리 등에 편중된 직원의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에 따른 것으로 이를 제외한 실제 직원들의 임금 상승률은 한자리수에도 못 미치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급여상승세를 보인 증권사도 "1인당 평균 연봉상승률이 실적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며 "업황이 안좋은 시점일수록 실력있는 전문가들을 모셔오는게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이를 위해 그에 준하는 성과 보상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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