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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진검승부' 접어든 애플-삼성..'혁신' 주연 가린다

2013-10-10 17:16

조회수 : 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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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애플과 삼성의 애증 관계가 깊어가고 있다. 애플이 특허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나 싶더니, 이에 맞서 삼성은 애플보다 한 수 높은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상대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승인하면서 특허전의 추가 애플로 기운 가운데, 삼성전자는 10일 플렉시블 형태의 갤럭시 라운드를 국내에 출시하며 싸움을 제품 대결로 이끌었다. 
 
결국 전장은 다시 시장으로 회귀하게 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혁신이 실종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혁신의 기치를 누가 들 것인지를 놓고 시장 1, 2위 간 숨막히는 혈전이 재개됐다는 평가다. 물론 싸움을 시장으로 이끈 쪽은 삼성전자다.
 
◇오바마 선택에 특허전 희비 엇갈려
 
세기의 특허전으로 불리던 양사 간 분쟁에서는 일단 애플이 웃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전해진 직후 국내를 비롯해 해외 일각에서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가능성은 낮지만 한미 양국 간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극단적 분석조차 제기된 실정.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ITC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 제품을 수입금지 조치한 데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시장 예상과 궤를 같이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S2·갤럭시 넥서스·갤럭시탭 등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이들 제품이 모두 구형이라 삼성전자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자연스레 이중 잣대 논란도 거세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ITC가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25년만의 거부권 행사로 이례적이었다. 양쪽 모두 상대의 특허를 침해했지만 애플은 봐주고 삼성은 처벌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 직후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다. 정부도 공식적인 유감을 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삼성과 애플 상호간 특허 침해에 대한 미 무역구제위원회(USITC)의 수입금지 명령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10월 전장 격화..갤럭시라운드 vs 아이폰 5S·5C 격돌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있은 다음 날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으로 맞불을 놨다. 
 
세계 최초로 디스플레이가 좌우로 오목하게 휘어진 커브드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갤럭시라운드는 제품 전체가 좌우로 오목하게 휘어진 곡면 형태로, 플렉시블의 초기 형태다. 손바닥 곡선에 맞게 인체 공학적으로 휘어져 있어 그립감이 좋고 통화 시 안정감을 준다. 특히 동영상 재생시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게 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군 연구원은 "갤럭시라운드에 탑재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기판에 RGB를 증착한 OLED 디스플레이"라며 "가볍고 깨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드웨어적 차별화를 강화시킬 수 있어 혁신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양 등에 있어 큰 변화가 없어 시장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부 디자인적 변화가 꺼진 혁신의 불을 재점화할 수도, 냉담한 반응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갤럭시 기어로 혹평에 처했던 삼성전자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왼쪽부터)갤럭시라운드·아이폰5S·아이폰5C(사진=삼성전자, 애플)
 
삼성이 갤럭시라운드를 출시한 날,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5일 한국 등 51개 국가에서 신작 아이폰 5S와 5C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1차 출시 이후 한 달만에 국내에서 애플의 하반기 전략 대작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폰은 통상 국내 출시 시기가 늦어 '담달폰'(다음달에 나오는 폰)으로 불리기도 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신작들이 국내에는 늦게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애플은 2차 출시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삼성의 안방인 국내에서 제대로 된 싸움을 붙어보자는 일종의 도전장인 셈이다.
 
프리미엄 아이폰의 명맥을 잇는 아이폰5S는 지문인식 기능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홈 버튼 주위의 '탐지 링'이 사전에 등록한 사용자의 지문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4인치 크기에, 해상도는 1136×640,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을 노린 중저가형인 아이폰5c는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A6 프로세서, 8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애플이 최초로 중저가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혁신보다는 수익에 주안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겨냥한 대륙 공략형 모델로 꼽힌다.
  
애플은 지난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줄곧 혁신 부재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이번에도 공개 직후 쏟아진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시장은 달랐다. 초기 판매 물량이 애플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역시 애플'이란 환호로 바뀌었다. 애플은 판매에 나선 첫 주말 3일 동안 900만대를 팔아치웠다. 
 
진검승부는 개막됐다. 부정적 평가를 뒤엎고 반격에 나선 애플에 시장 1위 삼성이 플렉시블로 맞서면서 혁신을 둘러싼 양사 간 쟁탈전은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결국 싸움의 시작과 끝은 시장에서 결정되게 됐다. 혁신에서 수익으로 선회한 애플과 수익에서 혁신으로 전환한 삼성 간 싸움은 드라마틱하게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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