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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은

유로존 긴축 '혹 떼려다 혹붙였다'..디플레 우려 고조

2013-11-11 15:08

조회수 :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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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1897년 미국 유명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뉴욕저널> 기고문에 “내 죽음에 대한 보도는 대단히 과장된 것이다”라는 보도를 냈다. 한 저널리스트가 마크 트웨인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정보를 잘못 흘려 와병설에 사망설까지 겹친데 따라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유로화의 오랜 위기 속에 유로화의 ‘사망설’이 나돌고 있는 지금 유로화의 몰락을 예측하는 것은 마크 트웨인의 사례처럼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ECB(유럽중앙은행)는 0.5%였던 기준금리를 0.25%로 낮춰 경기부양 의지를 강하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시간 10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7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낮춘 것 또한 환호할 일은 아니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유로존 정부의 긴축정책이 낳은 디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증명한 사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0.7%..목표치 2% 크게 밑돌아 
 
OECD(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선진국들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1.5%로 작년 2.2% 를 밑도는 것은 물론 각국 중앙은행들이 설정해놓은 2% 목표치도 밑돈다. 특히 이런 하락세는 유로존에서 두드러진다.
 
10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0.7%로 전년 동기 2.5%를 크게 밑돌았고 변동성이 있는 유가나 식품을 제외한 핵심물가지수도 0.8%로 유로화가 도입된 이래로 역사적 낮은 수치를 이어가고 있다. 개별국가 수치도 낮다. 그리스는 마이너스(-) 1.9%에, 물가가 그나마 높다고 꼽히는 프랑스와 독일도 각각 1%, 1.3%에 그친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 추이(출처=유럽통계청)
 
9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0.9% 하락하면서 2010년 1월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그리스의 생산자물가는 1년간 10% 하락했다.
 
◇ 무리한 긴축에 ‘디플레이션’ 우려..부채비율은 오히려 '↑' 
 
이 같은 물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긴축 정책이 꼽히고 있다. 그리스는 고강도 긴축안으로 공무원 임금을 최고 75% 줄여왔고 스페인 라호이 총리는 부가가치세를 2년동안 21% 올리기도 했다.
 
총수요를 억누르는 긴축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이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으로 물가수준이 0%를 밑도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가격하락은 생산 위축을 초래하고, 생산 위축은 고용 감소와 임금하락을 초래한다.
 
실제로 유럽의 실업률은 9월 현재 12.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11.1%, 스페인과 그리스의 실업률은 25%가 넘는다.
 
2분기 말 현재 유로존 평균 정부부채는 GDP 대비 93.4%로 전분기 기록인 92.3%보다 늘었다. 국가별로는 그리스의 정부 부채가 169.1%로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133.3%), 포르투갈(131.3%), 아일랜드(125.7%)가 뒤를 이었다.
 
물가 하락으로 인한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탈리아 등 빚이 많은 국가들의 부채 절대가치가 커진 탓이다. 
 
◇ECB 책임론 부각..인플레이션 용인해야
 
이같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ECB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타임지는 9일 “ECB가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낮췄지만 아직 해야할 일은 많다”면서 “채권매입 규모를 늘리고 은행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상설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라프는 현재 유럽의 상황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시달려 온 일본과 비교하면서,  "일본 역시 부동산 거품 붕괴 등 자산가격 하락에 정부가 긴축정책으로 대응하는 등 잘못된 정책을 펼쳤다는 비난을 받는만큼 정책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과거 부동산 거품 붕괴 등 자산가격 하락에 긴축정책으로 대응하는 등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심한 디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로저 부틀 텔레그라프 칼럼니스트는 “유로의 위기는 한순간에 오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올 것”이라면서 “일본의 경우와 꼭 같지는 않지만 한 번 찾아오면 깊게 올 수 밖에 없기에 ECB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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