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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돌아오는 '올드보이'..與는 권력핵심, 野는 국민운동

군사독재 시절, 각각 '권력 핵심' · '민주화 운동'으로 궤적 달라

2013-11-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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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신386'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회자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386'(지금의 486)과는 큰 차이가 있다. '386'은 당시 30대로, 80년대 학번에 60년대에 태어난 당시 운동권 출신의 젊은 정치인들을 상징했다.
 
그러나 '신386'은 귀환한 '올드보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30년대에 태어나 80세를 바라보고, 60년대에 사회활동을 시작한 인사들을 지칭한다.
 
'신386'의 대표주자는 야당이 '기춘대원군'·'부통령'이라고 지칭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모임 '7인회' 인사 중 한 명으로, 권력의 '뒤'에 위치하다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며 권력 최전선에서 나서고 있다.
 
최근 단행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인사가 모두 PK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그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얘기가 지배적이다.
 
김 실장을 상징하는 사건은 크게 세 가지다. 유신 헌법의 초안 작성자, 초원복집사건 당사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주역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연유로 야당은 그를 "공작정치의 달인"이라 칭하며, 그의 임명 당시 "사실상의 소통 포기"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초원복집' 주역으로서 사건 당시 유일하게 기소됐지만, 관련 조항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 기소처분이 취소됐다.
 
또 다른 '신386' 인사는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경기 화성갑에서 당선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40년대 생으로 다소 어린 '신386'으로 평가받는 그는 친박 중의 친박, 원조친박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국회 입성한 그가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인 1981년 관제야당이던 민주한국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가 대중들에게 강하게 각인된 것은 지난 2002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 당시 대표를 지낸바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일로 옥고를 치렀다.
 
또 지난 2008년에는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비슷한 처지의 친박계를 이끌고 '친박연대'를 구성해 원내 3당이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공천 대가로 헌금을 받은 혐의로 또 다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왼쪽부터 김기춘·서청원·권노갑·김덕룡
 
최근 '신386'은 야권에서도 등장했다. 지난 11일 야권의 원로인사들이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모여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국민동행)'을 제안했다.
 
국민동행은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덕룡 전 의원 등 민주세력의 두 축이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그리고 재야인사 30여명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제안자 대표인 김덕룡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한나라당에서 과거 원내대표를 지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그룹이었던 6인회의 멤버였지만, 지낸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화운동 이후 다시 야권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70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이 결성될 때까지 군사독재 정권 내내 야당에 머물렀다. 그 후 민자당·신학국당·한나라당을 거치며 주요 당직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006년 부인이 구청장 공천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여파로 그는 2008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데 실패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한화갑 동서협력재단 총재와 함께 DJ의 양'甲'으로 통했다. 한 총재가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며 야권과 결별했지만, 권 고문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줄곧 함께 했다. 권 고문은 군사독재시절 김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이로 인해 군사독재시절 모진 탄압을 받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그 역시 탄압의 대상이 됐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에도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보안사로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그는 지난 2000년 현대로부터 비자금 200억을 받은 혐의에 대해 2004년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최종 확정되기도 했다.
 
국민동행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권과 시민사회 '각계 연석회의' 주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김덕룡 전 의원은 "정파로부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국민운동을 할 것'이라며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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