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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채동욱 제거작전' 靑 주도 의혹 증폭..새누리 '침묵'

"기사 보고 '혼외자 의혹' 채군 개인정보 조회했다"는 靑 해명 설득력 잃어

2013-12-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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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 의혹이 다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그동안 청와대의 해명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3일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의심 받고 있는 채모 군의 개인정보를 청와대 조모 행정관에게 유출한 조이제 서초구청 국장이 입을 열었다.
 
전날 '한겨레'와의 인터뷰로 말문을 연 조 국장은 기자들을 서초구청으로 불러 작심한 듯 이번 사건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털어놨다.
 
조 국장은 인터뷰 배경에 대해 조 행정관이 2일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쓸 것 같아 걱정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모 행정관의 부탁을 받고 지난 6월 채군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조 국장은 "조 행정관의 고향이 안동이고, 채군의 고향이 대구라서 친척 서류 작성에 필요한 것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또 "이런 식의 요청을 예전에 받아본 적이 없다.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 조 행정관과 고향도 비슷해 문자 요청이 오니까 대답하고 응해줬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한 것이 아니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인연과 국정원 근무 경험으로 자연스레 제기되던 '국정원 연계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국정원과 연락한 적 없다"며 "원 전 원장과는 지난 3월 참고인 조사 때문에 통화했던 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조 국장의 3일 오전 "조 행정관이 개인정보를 요청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News1
 
조 국장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으로 지난 6월 조 행정관의 부탁으로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는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앞둔 시점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의 여권은 검찰의 원 전 원장에 대한 기소에 대해 그동안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또 6월은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의 보도시점 보다 3개월 전이다.
 
야당은 당장 이 기간에 청와대가 혼외아들 의혹으로 채 전 총장을 압박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문병호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3일 "3개월 동안 (정권 차원의) 치밀한 공작과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 채 전 총장을 압박해 수사를 축소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다가 채 전 총장이 이를 거부하자, 언론에 제공해 이를 핑계 삼아 채 전 총장을 찍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이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 유출 부탁을 청와대 차원의 공작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조 행정관의 직속상사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기 때문이다.
 
이 비서관은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보좌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실세 중 한 명이다.
 
또 총무비서실의 업무가 감찰업무와는 전혀 무관하고, 조 행정관의 업무가 '조경담당'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앞서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이 한창 불거지던 지난 9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조선일보 보도 이후에야 비로소 채군의 개인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조 행정관의 행위가 청와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면 청와대의 이런 해명은 거짓이 된다. 그러나 조 행정관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채군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고 나섰다. 동시에 이번 사건의 배후로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지목하고 나섰다.
 
국회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곽 전 수석 재직 시에 일어난 사건임을 지적하며, 곽 전 수석과 이 비서관을 즉각 소환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민주당은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이번 사건을 "청와대발 공작정치"라고 규정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3일 "청와대 기획, 연출로 검찰 수장을 갈아치우는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청와대는 이제 국민에게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채 전 총장을 찍어내면서 '공직기강과 사정에 관한 문제'라고 얘기하던 박 대통령이 이번 불법행위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가 미진할 시 특검을 통해 밝힐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야권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황교안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도 재차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 장관은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을 조선일보가 보도하자,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지시를 내려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냈다.
 
혼외자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조선일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천명한 바 있던 채 전 총장은 "검찰 수장이 사상 초유의 법무부 감찰을 받을 경우 검찰 조직에 흔들릴 수 있다"며 자진 사퇴했다.
 
당시 황 장관은 '채 전 총장 감찰지시는 청와대 지시'라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하며, "자신의 판단"으로 감찰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아울러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수차례 외압 당사자로 지목돼 꾸준히 야권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한편, 새누리당은 2일에 이어 3일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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