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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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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수장, 새해 고민은 `안정`..거창한 구호 사라져

"우선 내부 현안부터.." 차별적 성장전략도 필수

2014-01-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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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2014년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한 주요 금융지주사와 각 계열 은행의 수장들은 2일 신년사에서 대동소이한 화두를 제시했다.
 
지주사별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자면서도 저성장 시대에 대응해 차별적인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고민도 엿보인다. 예년과 달리 '글로벌 TOP 50 목표'와 같은 거창한 구호는 줄었다는 평가다.
 
◇금융지주 "신뢰회복·민영화성공 등 현안 집중"
 
임영록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은 "지난해 수익성 하락과 건전성 악화 그리고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고 발생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며 "다시는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임 회장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사례를 교훈 삼아 해외사업장의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앞서 5년여간 40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한 혐의로 전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순우 우리금융(053000)지주 회장은 '민영화 성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우리금융 14개 계열사 가운데 8개사의 예비주인이 정해지는 등 우리금융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각 계열사별 호불호(好不好)를 보면서 시장의 평가가 얼마나 냉정한지 생생히 느꼈을 것"이라며 "민영화에 있어 첫 번째 출발점은 우리 자신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금융 증권계열 인수를 마무리하는 데 전사적인 역량을 모아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앞서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005940)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 매물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성공적인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건전한 재무상태에서 다시 사업규모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면 농협금융이 다시 금융권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임에 성공한 한동우 신한지주(055550) 회장은 '다른 생각, 새로운 시작'이라는 올해 전략 목표를 내걸었다. 한 회장은 "저금리가 계속되고 높은 수익을 찾고자 하는 고객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운용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창조적 금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도 "올해는 저성장과 저마진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새로운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고 ‘즉시’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글로벌 톱50 도약' 등 거창한 구호에 그칠 수 있는 목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빠진 것 같다"며 "그만큼 수익성 악화, 신회성 회복 등 그룹 생사가 걸린 당면 현안에 집중하자는 뜻"이라고 전했다.
 
◇은행장들 "저성장시대 새 동력 찾아야" 한목소리
 
각 금융지주사의 계열 은행장들은 공통적으로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차별적인 성장 동력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에서 결코 발생해선 안될 일이었다"며 "진솔하게 반성하고 은행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윤리적인 영업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행장은 "탄탄한 건전성 관리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고객에 대한 시각과 성과관리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KB호민관제도'를 도입해 고객의견을 경영과 업무개선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저성장 장기화와 노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한국 금융산업이 대(大)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과거 고(高) 성장기의 사고방식과 관행에서 벗어나 '창조적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올해의 전략목표를 '창조적 도전, 차별적 성장'으로 정하고 새로운 핵심사업 역량 강화, 생산성 혁신, 따뜻한 금융의 진일보한 실천, 활기찬 일터 구현 등의 전략 방향을 설정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 후 2기 은행장으로 선임된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출범 3년 차에 접어든 농협은행이 지금부터는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은행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이를 위해 ▲IT전환 시스템 구축을 통한 고객신뢰 강화 ▲협동조합 수익센터 역할 강화 ▲리스크 관리 강화 ▲범(凡) 농협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고, 바젤Ⅲ 도입으로 은행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변화와 어려운 여건이 새로운 기조로 자리잡아 과거와 같은 금융회사의 역할에 안주해선 안된다"고 진단했다.
 
윤 행장은 "은행의 수익성은 계속 감소될 것이며 외환은행도 예외일 수는 없다"며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높이는 가운데 효율성 측면의 경비절감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시너지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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